
미국 기술기업 IBM이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시장 기대를 밑도는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25% 폭락했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보를 위해 메모리칩과 서버 등 하드웨어 투자에 집중하면서 IBM의 소프트웨어와 메인프레임 사업이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IBM은 잠정 집계한 2분기 매출이 172억달러(약 26조6000억원), 주당 조정 순이익이 2.93달러라고 밝혔다. 시장이 예상했던 매출 179억달러, 주당 순이익 3.01달러를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메인프레임 컴퓨터 등을 담당하는 인프라 사업부 매출이 전년 대비 7% 감소하며 부진했다. IBM은 최종 실적 발표 전까지 회계 검토가 진행 중이라 실제 수치는 일부 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에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고객사들의 급격한 지출 포트폴리오 조정을 꼽았다. 그는 "지난 6월 말 고객사들이 향후 가격 인상에 대비해 공급 부족 우려가 있는 메모리칩, 서버, 스토리지 등 하드웨어를 확보하기 위해 분기 지출을 전환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면서 "공급망 이슈에 따른 영향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고객사들이 이 정도로 지출 재조정을 단행할 것까지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들이 반도체와 서버를 사재기하면서 IBM의 메인프레임이나 관련 소프트웨어 같은 다른 기술 분야 투자를 줄였다는 의미다.
실적 실망감에 이날 뉴욕증시에서 IBM 주가는 25.21% 폭락한 217.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일 주가 변동률 추적이 시작된 1968년 이래 사상 최악의 낙폭이다. 전 세계 증시가 무너졌던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당시의 낙폭(23.7%)도 갈아치웠다. IBM은 1916년부터 증시에 상장돼 거래됐으나 일일 주가 변동률을 공식 추적하기 시작한 1968년부터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누라그 라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재량적 IT 지출을 줄이고 AI 인프라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기업 실적 발표에서 주요 화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IBM 실적 발표 후 서비스나우, 워크데이 등 소프트웨어 업체 주가가 나란히 하락했다.
다만 IBM의 이번 실적 부진을 전체 소프트웨어 업종의 약세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버코어 ISI의 커크 마터네 애널리스트는 "IBM의 실적 부진은 주로 메인프레임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의 약점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