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엄벌행정의 '일방통행' ⑧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하는 한국의 엄벌행정의 현실

#페이스북(현 메타)은 2012년 이용자 정보를 제3자와 공유할 때 명시적 동의를 받겠다는 '동의명령'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약속했다. 그럼에도 2018년 이용자 약 8700만명의 정보를 영국 정치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다. FTC는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2019년 7월 페이스북은 FTC와 수개월간 협의 끝에 법원에서 다투는 대신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과징금을 내는 데 합의했다. FTC가 빅테크 기업에 물린 금전 제재로 당시 기준 최대금액이었지만 액수만큼이나 그 과정도 눈에 띄었다. FTC가 일방적으로 과징금을 물린 게 아니라, 조사와 소송 등을 통해 기업을 합의 테이블로 이끌어낸 것이다.
누구든 법을 어기면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엄정한 제재만큼 제재의 타당성과 적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장치도 중요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이 제재를 주도하는 행정당국의 권한 못지않게 사법부의 검증이나 합의 절차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미국의 대표적인 규제기관인 FTC는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시정명령 등을 내릴 수 있지만 경쟁법 위반에 대한 금전적 제재 권한은 제한된다. 때문에 FTC가 금전 제재를 이끌어내는 사건은 FTC 자체 처분이 아니라 기업과 합의를 거쳐 법원 승인을 받거나 민사 소송 합의 형태로 타결한 것 위주다.
![[엄벌행정과 글로벌 스탠다드]-기업 제재, '권한'만큼 중요한 '견제'/그래픽=윤선정](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9/2026090916440948373_2.jpg)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공정거래위원회(JFTC)가 직접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2015년 이전엔 기업이 JFTC 처분에 불복할 경우 곧바로 2심 재판부인 도쿄고등재판소로 사건이 넘어갔다. JFTC 처분이 마치 1심 판결과 같았던 셈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이 사실상 1심 재판소 역할을 겸하는 것에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법을 개정했다. 이를 통해 최초 심리 권한이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로 넘어가도록 했다. 기업 입장에선 사실상의 2심제에서 3심제로 전환돼 법원의 판단을 더 구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집행위원회가 기업에 직접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이 불복할 경우 EU 법원으로 가는 사실상 2심제라는 점에서 한국과 구조가 비슷하다. 그러나 EU 법원은 경쟁법상 과징금에 대해 전면관할권을 갖고 있어 EU 집행위가 매긴 과징금을 감액·증액할 수 있다. 사법부가 과징금의 적정액을 독자적으로 판단해 수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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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EU 집행위원회는 인텔이 경쟁사인 AMD를 퇴출시키려 불법적인 판매전략을 썼다며 10억6000만유로(약 1조5855억원)의 과징금을 인텔에 물렸다. 인텔은 EU 법원에 제소했고 2022년 법원은 집행위가 인텔의 잘못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며 인텔의 손을 들어줬다.
단 법원은 인텔의 일부 활동엔 불법 소지가 있다고 인정했고 EU 집행위는 일부 위법 행위에 대해 3억7636만유로의 과징금을 물렸다. 인텔은 이번에도 불복, 제소했고 EU 일반법원은 2025년 12월 과징금을 약 37% 줄인 2억3711만유로로 감액했다. 인텔은 지난 2월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에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