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순실 사태에서 아쉬운 변협의 역할

[기자수첩]최순실 사태에서 아쉬운 변협의 역할

송민경 기자
2016.11.21 04:50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주말 촛불집회가 지난 19일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전국에 모인 인원은 주최 측 추산으로 96만명에 달했다.

변호사들도 지난주 전국 지방변호사회 중심으로 3288명이 ‘전국 변호사 비상시국모임’이란 이름으로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후 동참 변호사들은 늘어났고 로스쿨 학생들도 나섰다. 그런데 2만명여의 전체 변호사가 가입돼 있는 법정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중심이 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은 지난달 28일 “대통령은 ‘최순실 국기문란’ 실체를 스스로 밝히고, 특검은 조속히 수사에 착수해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당시 ‘불소추특권’ 해석 논란으로 대통령 수사 가능 여부가 문제됐지만, 민간 법률전문가를 대표한다는 변협은 명확한 답을 피했다. 대통령 셀프 진상규명 노력이나 특검을 촉구하는 정도는 변협이 아니라도 누구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들이 변협에 바라는 것은 현 시국의 법적 쟁점을 해석하고 법률가의 양심으로 시국에 참여하는 모습일 것이다.

물론 변협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을 수 있다. 협회장은 '정당 당적을 가지지 못 한다'는 회칙 규정도 있다. 하지만 정치활동금지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적용되는데, 전국 변호사 시국선언을 주도한 게 바로 서울변회다.

현 시국은 오히려 침묵하는 행위가 더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온 국민이 공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변협에게는 법적으로도 공적 역할과 의무가 부여돼 있다. 대통령과 청와대 수뇌부가 헌법과 법률을 무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변협의 대통령 셀프 진상규명과 특검구성 촉구는 한가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 테러방지법에 대해 변협이 찬성의견을 냈을 때는 회원들 의견 수렴 없이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시국선언 변호사 3288명은 지난 변협 선거에서 협회장을 당선시킨 3216명보다 많다. 특검과 국회 특조위, 그리고 탄핵절차까지 더해지면 이번 사태는 장기화된다. 변협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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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변호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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