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배 비싸다" 이 가격 낮추는 게 과제...'꿈의 배터리' 꽃피우려면

"150배 비싸다" 이 가격 낮추는 게 과제...'꿈의 배터리' 꽃피우려면

최경민 기자, 김지현 기자, 박한나 기자, 김도균 기자
2026.04.10 07:00

[배터리체크포커스]<4>미래 배터리 쟁탈전 (上)

[편집자주] 배터리 산업은 한 때 '제2의 반도체'로 여겨졌다.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의 굴기로 K배터리 밸류체인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소금 배터리 전기차' 내년 시동…"LFP 실수 반복 안돼"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에서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찾은 사람들이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은 오는 13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2026.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미래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R&D(연구개발) 전쟁이 심화되고 있다. 더 강하고, 충전이 빨리되면서,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갖춘 배터리 개발에 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중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421,000원 ▲15,000 +3.69%)은 최근 소듐(나트륨) 이온 배터리(SIB)를 고객사 차량에 탑재해 시험 주행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잠재 고객사인 완성차 기업의 요청을 받아 전기차용 SIB 제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중 SIB 파일럿을 구축하고 내년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으로 알려졌다.

SIB는 리튬 대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트륨 소재를 활용한다. 저렴한데다 저온 환경에서 성능 저하가 적으며, 안정성이 뛰어나다. 다소 무겁고 출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차세대 ESS(에너지저장장치)용으로 간주돼왔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전기차용으로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 12볼트 SIB 개발을 하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트럭 등 상용차에 주로 활용하는 24볼트 제품도 만든다는 전략이다.

한편에서는 고성능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이하 전고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전기차·ESS에 AI(인공지능)·휴머노이드까지 포괄할 수 있는 배터리 포트폴리오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480,000원 ▲8,500 +1.8%)는 내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SK온은 2029~2030년쯤 전고체를 양산하기로 했다. 이 일정에 맞춰 LG화학(355,000원 ▲10,500 +3.05%)·포스코퓨처엠(218,000원 ▲500 +0.23%)·에코프로(148,900원 ▼4,200 -2.74%) 등도 전고체용 양극재 개발에 나섰다. 또 △음극재에 실리콘 비율을 높인 초급속충전 배터리 △리튬메탈을 적용해 주행거리를 늘린 배터리도 각광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R&D 경쟁은 불가피하다. CATL은 올해 내에 ESS용뿐만 아니라 전기차용 SIB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고체의 경우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2027~2030년까지 대량양산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는 "시대의 흐름은 고밀도·고에너지·고안정성·경량화"라고 단언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화를 앞두고 저질렀던 실수(삼원계 배터리에 집중)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배터리에 대한 대응 능력을 적기에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사진=삼성SDI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사진=삼성SDI

더 빨리, 더 멀리, 더 안전하게…'배터리의 미래' 전고체와 실리콘

국내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 준비 상황/그래픽=이지혜
국내 배터리 3사 전고체 배터리 준비 상황/그래픽=이지혜

"더 가볍고,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으면서,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그게 배터리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미국의 배터리 소재 기업 실라(Sila)의 글렙 유신(Gleb Yushin)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12일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최신 배터리 트렌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실라는 포스코퓨처엠과 실리콘 음극재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한 기업이다. 미국 워싱턴주에 실리콘 음극재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신 CTO는 "배터리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높일 수록 더 성능이 뛰어난 배터리가 된다"며 "전기차와 로봇이 더 긴 시간을 활동할 수 있고, 충전 속도 역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대비 에너지 저장용량이 최대 10배 많고, 초급속충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비싼 가격과 실리콘 특유의 부풀어 오르는 성질로 인해 저함량(10% 내외) 제품이 현재 포르쉐·아우디·테슬라·현대차그룹·BMW 등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향후 이 실리콘 함량을 끌어올려 고성능 배터리를 만드는게 과제라는 점을 유신 CTO가 언급한 것이다.

실리콘 음극재에는 포스코퓨처엠(218,000원 ▲500 +0.23%)을 비롯해 에코프로(148,900원 ▼4,200 -2.74%), HS효성(53,900원 ▼900 -1.64%), 대주전자재료(116,600원 ▼400 -0.34%) 등의 기업이 도전장을 낸 상태다. 유승재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연구센터장은 "2024년 5월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실증 설비)를 가동한 이후 업체들과 상용화를 협의 중"이라며 "흑연계 음극재 대비 5배 높은 용량을 구현하면서도 독자적인 코팅 기술을 적용해 팽창 문제를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의 침체가 풀린다면 실리콘 음극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전략 소재화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유승재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연구센터장 /사진=김지현
유승재 포스코퓨처엠 음극재연구센터장 /사진=김지현

궁극의 고성능 배터리로는 전고체가 꼽힌다.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안정성과 성능을 극대화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SNE리서치는 전고체 시장이 연평균 180% 수준의 성장률을 보이며 2030년 400억 달러(약 59조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자율주행·UAM(도심항공교통)·휴머노이드 등 미래형 애플리케이션의 구동을 위해서는 안전하면서도 출력이 높은 배터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전고체가 각광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421,000원 ▲15,000 +3.69%)은 전기차용 흑연계 전고체의 경우 2029년, 휴머노이드 로봇용 무음극계 전고체를 203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 내년 전고체 양산 계획을 발표한 삼성SDI(480,000원 ▲8,500 +1.8%)는 황화물계로 전고체를 개발 중이다. SK(339,500원 ▼2,500 -0.73%)온은 황화물계와 함께 고분자-산화물 복합계 등 2가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전고체 시장의 개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현재 고체 전해질 가격은 액체 전해질 대비 약 150배 수준이라서다. 배터리업계는 이 가격을 15~20배 수준까지 낮춰야 전고체 배터리의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고체 시장의 확장은 소재사들에게도 기회다. 에코프로는 2023년부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고체 양극재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대량 양산 시점은 2029~2030년 전후다.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수준을 100점 만점으로 본다면 현재 기술 수준이 이미 90점에 근접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내년 파일럿 양산이 목표로, 고객사 납품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 /사진=에코프로
정현수 에코프로비엠 미래기술담당 이사 /사진=에코프로

'캐즘' 뚫고 R&D에 '조 단위' 쓰는 K배터리..중국과 격차는 여전

국내 배터리 3사 R&D 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국내 배터리 3사 R&D 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K배터리가 수년간 지속된 전기차 시장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421,000원 ▲15,000 +3.69%)·삼성SDI(480,000원 ▲8,500 +1.8%)·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는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 한 곳에도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다.

9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는 총 3조609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4.9%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사의 합산 영업손실이 1조3081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늘린 것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미래 기술 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SDI는 R&D 집행 규모와 매출액 대비 비중 모두에서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722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R&D에 1조4209억원을 투입했다. 매출 대비 비중도 10.7%에 달했다. 2022년 처음으로 R&D 투자 1조원을 넘어선 이후 연평균 약 10%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에 전년 동기(1억882억원) 대비 22% 증가한 1억3278억원을 R&D 비용으로 집행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5.6%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355,000원 ▲10,500 +3.05%) 분사 이후 지속해서 R&D 투자 규모를 키워왔다. 올해 역시 연간 기록 경신이 목표다.

SK온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31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매출 대비 R&D 비중은 매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1.97%에서 지난해 0.55%로 낮아졌다.

문제는 글로벌 경쟁 구도다. CATL은 지난해에만 약 220억 위안(약 4조8277억원)을 R&D에 배정했다. 이는 한국 기업 3곳의 연간 투자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체급 차이가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CATL의 경우 지난 10년간 누적 R&D 지출만 900억 위안(약 19조6722억원)을 넘는다. 이같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미 나트륨 배터리 양산 단계에 진입했으며, 전고체 배터리 역시 파일럿 단계에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도 2024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만 60억 위안(약 1조3115억원) 규모의 지원에 나서며 전방위적인 육성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단일 기업이 아닌 기업과 정부가 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영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현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울산과 경북 포항, 충북 오창, 전북 새만금 등 주요 이차전지 클러스터가 지정된 상태"라며 "신규 투자가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R&D 등 실질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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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경민 기자입니다.

김지현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김지현 기자입니다.

박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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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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