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지난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향후 10년간 재생에너지 공급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공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30년까지 태양광 중심으로 설비를 증설한 뒤 이후 5년간 해상풍력 보급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청사진을 뜯어보면 핵심 목표간 충돌이 발견된다. 정부는 '신속한 보급 확대'와 '획기적인 비용 저감'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면서 계획에 "비용 인하가 보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고 명시했다. 비용 인하를 보급 가속화의 선결 조건으로 바라보는 인식으로 읽힌다.
하지만 시장 형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분야에서는 인과관계가 반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1기가와트(GW) 기준 수조원의 자본과 광범위한 제조업 공급망이 필수적인 해상풍력에서 더욱 그렇다. 일정 규모의 발전단지 건설이 확정돼야 공급망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짓는 투자를 할 수 있다. 이렇게 풍력단지 인근에 대규모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공급망 비용이 줄고, 발전단가도 낮아진다.
반대로 비용 인하를 더 우선순위에 두고 해상풍력 입찰가격 상한을 누르는 방식을 택하면, 최근 몇 년처럼 인플레이션이 부각된 환경에서는 개발사의 사업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그 결과 사업이 지연되고 공급망 투자가 되레 늦어진다. 실제로 2023년말 해상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이 본격화된 이후 낙찰된 사업 대부분이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공급망 투자가 기약 없이 늦춰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덴마크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는 2023년 한국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국내 공장 착공 여부는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세계 최대 풍력타워 공급업체로 꼽히는 씨에스윈드(43,750원 ▲2,250 +5.42%) 역시 한국 기업이지만 주요 생산기지는 모두 해외에 있다.
2030년부터 대규모 해상풍력 보급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공급망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시장 성장 신호가 필요하다. 비용 인하보다 프로젝트가 제때 추진되고 물량이 꾸준히 쌓일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이 먼저다. 그래야 비용 저감도 현실이 된다.
정부가 내건 또다른 과제인 '산업경쟁력 강화'도 기업이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대형 터빈 기술을 개발해도 물량을 소화할 시장이 없다면 민간 투자는 일어나기 어렵다. 향후 에너지전환의 핵심이 될 해상풍력을 전액 공공자금으로 이행할게 아니라면, 이제라도 민간이 반응할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신호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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