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발전소 딜 따낸 우리은행…지상사 영업 넘어 글로벌 IB로

월가 발전소 딜 따낸 우리은행…지상사 영업 넘어 글로벌 IB로

뉴욕(미국)=박소연 기자
2026.07.1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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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강국코리아]⑦-<1> 우리은행 뉴욕지점

[편집자주]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공급망 재편 속 국내 금융권의 해외사업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현지 교민과 지상사 대상 소매금융 중심 모델에서 CIB(기업금융), 우량 로컬 기업, 인프라 금융을 아우르는 '생산적 금융' 중심으로 체질이 바뀌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K금융의 최전선을 직접 찾아 새로운 성장 모델과 생산적 금융의 실체를 짚어본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 바라본 광경. 타임스퀘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사진=박소연 기자
우리은행 뉴욕지점에서 바라본 광경. 타임스퀘어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사진=박소연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도 가장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타임스퀘어 근처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바클레이스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뉴욕에 모여든 전 세계 은행은 4800여개에 이른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은 바로 이들 속에서 50년째 단단히 뿌리를 내리며 한국계 은행의 위상을 세우고 있다.

1976년 개점해 올해로 50년을 맞은 우리은행 뉴욕지점은 과거 교민 송금과 한국계 기업 지원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미국 현지 인프라금융을 주도하는 IB(글로벌 투자은행) 거점으로 변신하고 있다. 발전소와 LNG(액화천연가스),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등 대규모 프로젝트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이하 신디론) 시장에서 쌓은 실적과 네트워크를 토대로 월가에서 존재감을 넓히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은 미주 내 한국계 은행 중에서도 가장 먼저 신디론 시장에 집중해 인프라·에너지 관련 IB 신디론 중심으로 자산을 크게 확대해왔다. 5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계 지상사 대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총대출에서 신디케이트론과 지상사의 비중이 3대 1로 역전됐다.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에 자리잡은 우리은행 뉴욕지점. /사진제공=우리은행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에 자리잡은 우리은행 뉴욕지점. /사진제공=우리은행

IB 신디론에 집중하는 것은 뉴욕의 특수성 때문이다. 뉴욕엔 글로벌 은행, 자산운용사, 사모, 대형 스폰서사가 밀집하고 우량 딜과 대규모 금융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전세계 은행이 뉴욕에 모여드는 이유다. 지상사 대상 영업은 현지 한국계 은행 간 경쟁도 날로 격화하는 데다 지상사가 초기 정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면 외국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한계가 크다. 우리은행은 현지 금융기관 및 사업자들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우량 딜을 선제적으로 소싱하고 오랜 경험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이 집중하는 분야는 가스발전소와 LNG, 신재생에너지, 데이터센터 등이다.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수요에 더해 미국 내 제조시설과 데이터센터 건설이 늘면서 전력과 인프라 관련 자금 수요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덕용 우리은행 뉴욕지점 IB데스크 팀장은 "은행이 담당하는 IB는 주식 인수보다 대출을 중심으로 한 렌딩(Lending) 비즈니스"라며 "장기간 운영되고 계약과 현금흐름이 비교적 안정적인 미국의 대형 인프라 시설을 중점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은행 뉴욕지점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지난 5월 진행된 미국 현지 발전사업자 CPV의 Three Rivers 발전소 리파이낸싱이다. 전체 모집액을 놓고 약 60개 금융기관이 경쟁한 가운데 우리은행 뉴욕지점은 2800만달러(약 417억원)를 배정받아 네 번째로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평균 배정액(1000만달러)의 3배 수준이다. 한국계 금융기관 중에선 우리은행 뉴욕지점만 본건에 참여했다.

우리은행 뉴욕지점 주요 실적 현황/그래픽=최헌정
우리은행 뉴욕지점 주요 실적 현황/그래픽=최헌정

이는 단발성 성과가 아니라 CPV가 추진한 발전소 프로젝트에 4차례 참여하며 쌓은 거래 이력의 결과다. 심 팀장은 "기존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스폰서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며 "트랙레코드가 쌓이자 국내 기관 가운데 우리은행만 초청받았고, 평균 배정액보다 훨씬 많은 물량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과거엔 한국 은행이 한국 기업들을 지원하는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 뉴욕 금융시장에서 쌓은 트랙레코드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인프라 딜에 먼저 초청받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지난 5월 취급한 오하이오주 Trumbull 가스복합발전소 금융에서도 우리은행은 1억달러 규모의 텀론(기한대출)과 1500만달러 규모의 신용장 한도 약정에 참여했다. 글로벌 대형 주관은행이 금융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우리은행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선순위 대주단으로 선정됐다. 계열사인 우리투자증권도 금융구조 설계에 참여했고 이후 우리은행은 보유 물량 중 3000만 달러를 셀다운(인수 후 재매각)해 수익성과 자산운용 효율을 동시에 높였다.

아울러 아마존 등 글로벌 테크기업이 사용하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엔 단순 참여자를 넘어 공동 주선기관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딜의 규모 역시 건당 최대 1억달러 수준까지 키우며 글로벌 IB 플레이어로 체급을 올렸다. 과거에는 한국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주로 담당하던 대규모 해외 인프라금융에서 우리은행 뉴욕지점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 팀장은 "초기에는 15~20개 딜을 검토해야 한 건을 성사시킬 정도였지만 지금은 외국계 주관은행들이 우리은행의 투자 기준과 선호 분야를 이해한다"며 "최근에는 네다섯 건을 제안받으면 그중 우량한 한 건을 선별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 내 평판이 쌓였다"고 말했다.

신디론 건수는 올해 6월말까지 8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9건) 실적 수준을 반년 만에 달성한 것이다. 특히 우리은행 뉴욕지점 내 IB 전담 인력이 주재원 2명을 포함해 현지 직원까지 단 4~5명에 불과한 소수정예란 점에서 의미가 큰 성과다. 신디론 중심으로 꾸준히 신규 딜 발굴이 일어난 데 힘입어 최근 수년간 외형과 수익성 흐름 모두 전반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은행 뉴욕지점 수익성 지표/그래픽=최헌정
우리은행 뉴욕지점 수익성 지표/그래픽=최헌정

영업수익은 2023년 2600만달러, 2024년 3200만달러, 2025년 3500만달러로 지속 증가하고 있으며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480만달러, 750만달러, 1080만달러로 늘며 수익을 견인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8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신디론 상환 사이클이 집중되면서 자산감소를 겪는 중에서도 신규 신디론 발굴 등으로 수익 기반을 지켜냈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 시장에선 외형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미국 금융당국은 자산 규모와 증가 속도에 따라 검사 강도를 높이고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준수, 내부통제, 리스크 관리 전반에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한다. 뉴욕지점의 현지 직원 상당수가 영업이 아닌 컴플라이언스와 리스크, 내부통제 업무에 배치된 이유다.

김영곤 지점장은 "한국에서는 자산이 빠르게 늘면 영업을 잘했다고 평가하지만 미국에서는 급격한 자산 증가 자체가 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해진 자산 목표 안에서 수익성이 명확하고 리스크가 낮은 우량 딜을 골라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은행은 뉴욕과 런던, 싱가포르, 도쿄 등 금융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핵심 거점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글로벌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정치·경제적 변동성이 큰 신흥시장에 새로 진출하기보다 이미 진출한 선진 금융시장에서 IB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익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우리아메리카은행 당기순이익/그래픽=최헌정
우리아메리카은행 당기순이익/그래픽=최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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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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