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재판'에 연차 안 내도 되지만…골프장서 변론? '영상재판' 명과 암

'5분 재판'에 연차 안 내도 되지만…골프장서 변론? '영상재판' 명과 암

오석진 기자, 이혜수 기자, 정진솔 기자, 양윤우 기자
2026.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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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법정 밖으로 나온 재판 (上)

[편집자주] 법원을 찾지 않아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시대다. 영상재판 덕이다. 도입된 후 지금까지 진행 건수가 25만회를 넘었다. 접근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재판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영상재판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영상재판 25만건' 시대…법정을 나온 재판, 사법 접근성 높였다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사진=김지영 디자인기자

법원을 찾지 않고 영상 장비를 통해 재판을 진행하는 영상재판 누적 실시건수가 25만건을 넘었다.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재판의 집중도 등을 저하시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재판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면서도 장점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영상재판이 본격 확대된 2021년 11월 이후 2025년까지 누적 실시건수는 25만3348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11~12월 128건 △2022년 6123건 △2023년 2만4976건 △2024년 7만3305건 △2025년 14만8816건이다. 같은 기간 영상재판 신청 건수도 △2021년 11~12월 191건 △2022년 5329건 △2023년 2만5072건 △2024년 6만7118건 △2025년 12만45건으로 증가했다.

개별 재판부가 재판사무시스템에 영상재판 사실을 입력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 활용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예외적 수단으로 취급되던 영상재판이 하나의 재판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법원행정처 역시 '2025 사법연감'에서 "영상재판은 활성화 단계를 지나 정착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영상재판은 1995년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 제정으로 도입됐다. 초기에는 교통이 불편한 도서·산간 지역 주민의 소액사건이나 즉결심판 사건 등을 위한 제한적 제도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재판 필요성이 대두되며 활용 범위가 더 커졌다. 실제 2021년 11월 개정 민사소송법과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실시건수가 급격히 늘었다.

주로 민사·가사·행정·특허·도산재판의 변론준비기일에 활용되던 영상재판이 변론·조정·심문기일 등에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형사재판에서도 제한적으로 영상재판이 도입됐고 영상 증인신문 요건이 완화됐다. 다만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접주의·반대신문권 문제가 맞물려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증인의 신문 등에만 활용된다. 한 부장판사는 "민사사건은 먼 지역에서 와도 5∼10분 만에 끝나는 경우가 있어 영상재판이 크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영상재판이 사법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많다. 장거리 이동이 필요한 당사자나 대리인이 짧은 기일을 위해 하루를 비우지 않아도 되고, 고령자·장애인·원거리 거주자 등 법원 출석이 쉽지 않은 사람들의 부담도 준다. 법원 입장에서도 기일 변경을 줄이고 재판 진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영상재판을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히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회생 절차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건처럼 채권자 수가 많은 경우 채권자집회와 같은 절차를 영상재판으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회생 절차는 대체로 민사소송법이 준용되지만 관계인집회는 채무자회생법에만 존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관련 법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영상재판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재판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행 초창기에는 골프장에서 골프복을 입은 변호사가 보이는 등 집중도와 절차적 무게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당사자들 장비에 문제가 생겨 재판 진행이 잘 안 되기도 하고 현장에서는 즉각적으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반면 영상으로는 다소 번거롭다"고 했다.

우려가 있지만 영상재판의 일상화는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데는 이견이 크지 않다. 수도권의 한 법관은 "영상재판은 재판을 편하게 해주지만 가볍게 해서는 안 된다"며 "법정 밖에서 열리더라도 법정 안 재판과 같은 집중도와 절차적 무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복장과 예절까지 지침에 포함해 영상재판을 영상 '법정'처럼 엄숙히 관리하기도 한다.

"겨우 5분 재판인데" 법원으로 안 간다..."편하긴 한데" 남은 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가자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chmt(사진공동취재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국 법원들이 휴정기에 들어가자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코로나19 대응 방안으로 원격영상재판이 시행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chmt(사진공동취재단)

영상재판이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곳은 민사재판이다.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남용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사소송법이 2021년 8월 개정되면서 민사·가사·행정·특허 등의 사건에서 변론준비기일 비롯한 변론·조정·심문 기일 등에서 영상재판이 가능해졌다.

민사소송법 제287조의2는 재판장 등이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 또는 동의를 얻어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중계시설을 통하거나 화상 장치를 이용해 변론준비기일 또는 심문기일을 열 수 있다고 정한다. 당사자가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로는 '교통의 불편 또는 그 밖의 사정'으로 규정한다.

민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을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형사재판과 달리 당사자 출석 의무가 없고, 5~10분 남짓 이뤄지는 기일이 비교적 잦기 때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실시된 영상재판 총 14만8816건이었다. 이중 민사재판은 14만7306건으로 약 98.9%에 달했다. 재경의 한 부장판사는 "먼 지역에서 오는 당사자가 5~10분 하고 재판을 마치는 게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재판부도 영상재판을 허가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영상재판이 확대되면서 원거리에 사는 재판 당사자 혹은 변호인이 몇 분간 이뤄지는 절차를 위해 몇 시간을 왕복해야 하는 비효율이 줄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영상재판의 장점으로 소송관계인의 편의와 비용 절감, 효율적 분쟁 해결을 꼽았다. '2025 사법연감'은 영상재판이 발전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방식의 기일 출석을 허용함으로써 소송관계인의 편의 증진과 비용 절감 등 효율적 분쟁 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도의 취지와 다르게 무분별하게 영상재판이 이용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 사무실이 서울법원종합청사와 가까운 서초동에 있는데도 영상재판을 신청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정에 나오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영상재판을 신청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이는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적 부분도 문제로 꼽혔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의 당사자가 상호 간 즉각 논쟁을 펼쳐야 하는데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면 절차가 오히려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네트워크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법원으로선 당장 해결해줄 방법이 없다는 번거로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변호인이 재판에 적절치 않은 복장으로 영상재판에 참여하는 문제도 개선점으로 꼽힌다.

사법부는 지속적으로 영상재판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24년 외부 참석자용 영상재판 매뉴얼을 작성·배포하고, 영상재판 프로그램과 관련 장비를 개량하는 등 불편을 줄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법원행정처는 영상재판 매뉴얼 개정판과 코트넷 게시판 '영상재판 안내' 게시 등을 통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한국의 영상재판이 선진적이라는 평이 있어 해외에서도 배우러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벗으세요" 김건희에 말한 이유도 '이것'...'영상' 형사재판 제한적

재판 삽화/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재판 삽화/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형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은 민사재판만큼 널리 활용되지 않고 있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반대신문권, 직접주의 문제 등이 맞물려 있는 탓이다. 실무적으로도 영상 증인신문 등 일부 절차에만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영상재판 총 실시 건수 14만8816건 중 형사재판 활용 건수는 1510건으로, 약 1%에 불과했다.

2021년 11월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형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토대가 마련됐다. 개정법은 구속 이유 고지 절차를 비디오 등 중계 장치에 의한 중계시설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 그 사유가 인정되면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공판준비기일을 영상 방식으로 열 수 있도록 했다. 또 증인이 멀리 떨어진 곳이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살거나, 건강상태 등 사정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영상 증인신문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이 극히 제한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먼저 피고인 쪽이 영상재판을 통한 증인들의 증언의 독립성과 신빙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 영상 증인신문에서는 증인이 법정이 아닌 별도 영상신문실이나 원격의 장소에서 증언한다. 법정 모니터에는 증인의 얼굴과 신체 일부만 보이고 증인이 있는 공간 전체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때 제3자가 증언 내용을 알려주거나 영향을 미치면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법관이 법정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를 토대로 심증을 형성해야 한다는 직접주의 원칙도 형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을 어렵게 하는 이유다. 증인이 화면 너머에서 증언하면 재판부와 피고인, 변호인이 증인의 표정과 시선, 말투, 자세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자세히 살피기 어렵다. 실제 재판부가 피고인, 증인 등의 표정을 살피는 일은 흔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김건희 여사 재판을 진행하며 김 여사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증언의 질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증인들은 법정이 주는 엄숙함과 압박감을 견디며 기억나는 대로 증언하는데 영상재판의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더 안정적인 상태에서 증언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형사재판에서 영상재판을 허용하는 건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나 아동 피해자, 보복 우려가 있는 증인, 범죄단체 관련 사건의 증인 등은 피고인과 직접 마주하지 않고 증언할 수 있다. 해외에 거주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증인,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증인의 출석 부담도 줄일 수 있다. 구속 관련 절차에서는 피의자나 피고인 호송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익명의 요청한 서울의 한 판사는 "형사재판의 경우는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증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결국 증거 능력의 문제를 따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고 그만큼 신빙성 문제가 워낙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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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진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석진 기자입니다.

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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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솔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정진솔 기자입니다.

양윤우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양윤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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