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관광 소매여행업 접고 도매여행 재개… 내년 하나·모두와 경쟁 돌입
여행업계에 '한진그룹발 회오리'가 한바탕 몰아칠 전망이다.대한항공(24,700원 ▲750 +3.13%)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둔 한진관광이 내년부터 기존의 주력사업인 소매여행업을 완전히 접고 도매여행(홀세일)에 전념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분야 1·2위 업체인하나투어(41,500원 ▲1,200 +2.98%)·모두투어(11,370원 ▲240 +2.16%)와 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12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한진관광은 그룹 출자구조 개편과 궤를 같이 여행사업구조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한진그룹은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위한 일환으로 내년 1월31일 한진관광을 분할, 기존 투자사업부문을 대한항공에 합병시키고 여행사업부문으로는 가칭 (주)한진관광 법인을 새로 설립한다.
이를 계기로 한진관광은 사업모델을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와 같이 본사는 여행상품 기획과 마케팅을 맡고 집객은 대리점이나 다른 여행사를 이용하는 홀세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진관광 '홀세일' 여행업 전념=여행업계에 따르면 한진관광의 이같은 변신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의지가 실려있다. 한진그룹은 1994년 한 차례 ‘홀세일’여행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던 적이 있다.
당시 한진그룹은 한진관광과 별도로 ‘KAL여행개발’을 설립하고, 홀세일 사업을 추진했다. 대한항공을 이용한 여행상품의 판매 촉진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국내 여행업계에서 홀세일 모델이 자리잡기 전이었던데다, 여행사들이 ‘좌석 공급 특혜’, '기획(패지키)여행 독점' 등을 우려해 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홀세일의 뜻을 접었다.
한진그룹이 접었던 사업카드를 다시 꺼낸데는 하나·모두투어 등 후발후자의 급성장 속에 보유 항공사와 시너지가 있는 관광사업의 부진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진관광은 역사 50년이나 됐지만 존재감은 크지않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여행알선수수료 기준)은 161억원으로 1위 하나투어 지난해 매출 2678억원의 6%에 불과하다. 모집 여행객도 21만8000명으로 하나투어 139만명의 16% 수준이다. 주로 혼자서 상품을 만들고 직영점포를 통해 파는 소극적 영업에 치중한 탓이다. 한진관광의 직영·위탁 대리점수는 현재 60개로, 1위 하나투어의 20분의 1, 모두투어의 14분의 1에 불과하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상품을 개발해 전국에 퍼져있는 중소형 여행사에 집객을 위탁하는 대량판매체제를 통해 급성장해왔다. 상품기획단계부터 집객을 맡을 여행사의 수익성도 같이 생각해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독자들의 PICK!
"이번에는 자신있다" vs "만만치 않을 것"=한진관광은 이번에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대한항공과 대리점 전략이 무기다. 한진관광 관계자는 “이미 2011년부터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이용해 단독 전세기를 운영했고, 대리점에도 안정적인 항공 좌석 공급을 해왔다”며 “내년부터는 하나·모두와 경쟁하기 위해 내부 수익을 낮추고 대리점에 고수익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업계 전문가들은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하나·모두투어가 시장을 선점한채 상당한 노하우과 네트워크를 쌓았다는 게 이유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관광이 대한항공과 진에어란 든든한 뒷배경이 있다고 해도, 이미 20년 간의 홀세일 노하우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하나·모두에 맞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레드캡투어도 이미 ‘오케이투어’를 앞세워 홀세일 영업을 운영한 바 있고, 중견업체 투어2000도 자체 홀세일사업에 도전했지만 모두 결국 실패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 '홀세일' 여행사는 여행 상품 기획 및 운영,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집객은 대리점 또는 일반 여행사들이 맡는 방식이다. 기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대표적이다. 롯데관광, 자유투어, 노랑풍선과 같이 집객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는 방식은 '직판 여행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