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2色 방자'··· 남원 춘향이도 홀릴걸?

제주도의 '2色 방자'··· 남원 춘향이도 홀릴걸?

이언주 기자
2013.02.09 07:46

[인터뷰]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방자전'을 꿈꾸는 김성기·임기홍 배우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방자 역에 더블캐스팅 된 배우 김성기(왼쪽)와 임기홍.  

"임기홍은요, 임기응변이 정말 뛰어난 배우에요. 젊어서 몸도 잘 쓰고, 승승장구하는 배우죠." (김성기)
"제가 가질 수 없는 선배님만의 연기가 있어요. 따라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그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요." (임기홍)
ⓒ이기범 기자 leekb@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 방자 역에 더블캐스팅 된 배우 김성기(왼쪽)와 임기홍. "임기홍은요, 임기응변이 정말 뛰어난 배우에요. 젊어서 몸도 잘 쓰고, 승승장구하는 배우죠." (김성기) "제가 가질 수 없는 선배님만의 연기가 있어요. 따라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그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요." (임기홍) ⓒ이기범 기자 leekb@

"대학 때 트라이앵글이라는 통기타 동아리 활동을 했는데요, 1기 선배들이 온다고 하면 마치 군대에서 사단장 오는 날처럼 대단했어요. 14기였던 저한테 1기는 생각만 해도 커다란 존재였거든요. 그 선배들이 잘돼야 우리도 덩달아 잘 될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요.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는 꼭 1기 선배 같아요. 우리나라 최고참 뮤지컬이죠."

오는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재개관작으로 오르는 대한민국 최초의 창작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를 두고 '뮤지컬 1기 선배'라니 그것 참 딱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조선후기 고전소설 '배비장전'을 토대로 한 이 뮤지컬에서 배비장의 사랑을 애랑에게 전하는 감초역할로 극의 맛을 살려줄 방자 역의 김성기(48), 임기홍(38) 배우를 만났다.

임기홍은 "1기 선배들을 막상 만나면 세련되진 않았지만 그 선배들의 독특한 아우라는 후배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다"며 "그런 1기급 작품에 참여하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김성기 역시 이 작품에 대해 무언가 애장품을 다루는 듯한 특별한 마음을 내비췄다. "제주방언이나 고전적인 말투를 알아듣기 편하게 고쳐서 전달하는 부분은 있지만, 원 대본에 충실하면서 작품 고유의 순수함을 살리려고 노력해요. 트렌드에 맞는 패러디나 애드리브를 넣을 수도 있지만 왠지 그러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주 술맛이 좋더냐? 궁금하면 500냥!"과 같은 대사를 칠 수도 있지만 어쩐지 부자연스럽더라는 설명이다. 유머코드나 애드리브는 작품에 양념처럼 녹아들어야 하는데 시대흐름을 너무 타면 작품과 따로 놀뿐 관객의 공감도 사지 못할 거라 판단 한 것이다.

김성기·임기홍, 두 사람은 풍기는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스타일도 전혀 다르고 나이차도 10살이 난다. 관객들은 이번 공연에서 다른 색깔의 두 방자를 만나게 되겠지만, 둘은 방자 캐릭터 분석과 장면에 대한 고민을 늘 함께한다. 서로의 장점을 격려하면서 배워보려고도 하고, 어떻게 소품을 효과적으로 사용할지 제안도 한다.

같은 역할의 두 사람은 서로의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학로 공연 '원조 멀티맨'으로 에너지 넘치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임기홍은 대선배의 모습에서 또 한 번 배움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선배님은 연륜에서 나오는 제가 가질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어요. 특유의 읊조림이나 호흡, 연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여유 있고 매끈하게 해결하는 김성기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그런 거요."

열 살 어린 후배를 보는 선배의 마음은 어떨까. 김성기는 임기홍이 열정적으로 몸을 쓰는 게 가장 부럽단다. "임기홍은요, 임기응변에 굉장히 뛰어나요. 하하, 아직 어려서 몸도 잘 쓰고, 잘해도 너~무 잘해서 같은 방자역할인데 나랑 차이가 많이 나면 어쩌나 내심 걱정도 되더라고요."

무슨 덕담 주고받는 자리도 아닌데 서로의 연기를 격려하고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정겹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을 보니 마치 닮은 듯 다른 우애 깊은 큰 형과 막내동생 사이 같았다.

이번 공연 연습실은 전체적으로 대가족 분위기라고 두 사람을 입을 모았다. "요즘 젊은 작품이 많잖아요. 연출부터 막내배우까지 10살 차이도 안 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2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있어서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저도 어디 가면 선배 축에 속하는데, 경험 많은 고참 선배들이 계시니 든든하고 많이 배우게 돼요."

해를 거듭할 수록 연기에 대해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게 정말 재미있다는 임기홍은 그 마음만큼은 호기심 많고 꿈 많은 신인배우 같다. 그는 "무역을 전공한 평범한 제가 어느 날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됐는데, 연기를 할수록 스스로 힐링이 되는 걸 느낀다"며 "정말 좋은 직업을 선택한 것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성기 역시 무대에서 산 세월만큼 갈수록 작품에 대한 책임감도 묵직해진다. "배우 한 두 명이 연기를 잘해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좋은 객석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거죠. 관객이 없으면 배우들은 갈 곳이 없거든요. 배우와 눈을 마주쳐 주세요.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창작뮤지컬을 더 사랑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 공연으로 일본도 가고 중국도 가고 그래서 우리 문화를 더 알릴 수 있으면 얼마 좋겠어요?"

↑배우 김성기(오른쪽)와 임기홍. 
"제 나이 48세에 19세 방자 역을 하게 되다니.. 젊은 배비장과 함께 재밌는 연기 보여드릴게요" (김성기)
"우리나라 최고참 뮤지컬만의 매력을 기대해 주세요!" (임기홍)
ⓒ이기범 기자 leekb@
↑배우 김성기(오른쪽)와 임기홍. "제 나이 48세에 19세 방자 역을 하게 되다니.. 젊은 배비장과 함께 재밌는 연기 보여드릴게요" (김성기) "우리나라 최고참 뮤지컬만의 매력을 기대해 주세요!" (임기홍) ⓒ이기범 기자 leekb@

<살짜기 옵서예> 줄거리

제주도 어느 바닷가.. '제주목사'를 따라 서울로 가게 된 '정비장'은 옛 연인인 천하일색 제주 기생 '애랑'을 떼어놓고 가려하지만 이를 눈치 챈 애랑은 돈도 비단도 필요 없으니 정표로 앞니를 하나 빼어주고 가라며 혼쭐을 내준다.

여색을 좋아하는 신임목사는 여다(女多)의 섬인 제주에 부임하여 신이 나지만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색을 멀리하는 '배비장'이 달갑지 않아 그의 지조와 절개를 깨기 위해 다른 비장들과 방자와 모의하여 애랑에게 배비장을 유혹할 것을 명한다.

이에 양반들의 사랑과 지절을 믿지 못하는 애랑은 배비장의 지절을 꺾고, 그의 상투를 상으로 받기 위해 배비장에게 접근한다. 애랑의 노랫소리와 목욕하는 모습을 엿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그 날 이후 배비장은 애랑의 환상에 휩싸여 고민하다 결국 애랑과의 정(情)을 택하고 방자에게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적은 편지를 주는데…

*목사: 지금의 '도지사'와 유사한 지방관료

*비장: 조선시대 감사·절도사 등 지방장관이 데리고 다니던 막료

뮤지컬<살짜기 옵서예>=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프리뷰공연 2월16~17일. 본공연 2월19일~3월31일. 출연 김선영(애랑), 최재웅·홍광호(배비장), 송영창·박철호(신임목사), 김성기·임기홍(방자) 외. 티켓 4만4000~9만9000원. 예매 1588-0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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