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음악 방송 PD들이 해야할 일

[우리가보는세상] 음악 방송 PD들이 해야할 일

김고금평 기자
2014.07.07 05:00

일본의 음악 PD들은 자신의 방송 무대를 찾아온 아티스트에게 먼저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넨다. 좋은 음악을 발표해 준 것에 대한 일종의 답례인 셈이다. PD가 권력으로 작용하는 장면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진풍경이다.

아이돌이든 뮤지션이든 음악을 발표해 방송 무대에 오를 기회를 얻는 아티스트는 모두 음악 방송 PD들에게 90도로 인사하고 PD들의 ‘지시’에 곧잘 따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몇몇 국내 음악인들은 방송 PD들을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 쯤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PD들이 ‘이용’하고 싶어하는 수단에 맞춤 서비스를 하려면 뮤지션들은 자신의 색깔있는 음악을 고집할 수 없고 이미 화제가 된 트렌트와 스타일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공중파 3사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보여주는 공통된 콘텐츠는 죄다 아이돌 음악이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가장 입에 오르내리며, 가장 인기좋은 상품이므로, PD들이 굳이 외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사실상 음악PD로서 직무유기에 가깝다.

대중음악은 기본적으로 대중친화적이고, 이 대중성은 가장 흔한 매체인 방송으로부터 생산되고 확대된다. 따라서 제작진은 대중에게 다양한 음악, 흔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버리기 아까운 음악, 인기 상품이 아닌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음악 방송 PD와 친분을 맺은 기획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음악 PD들의 기본적인 패턴과 성향은 대개 비슷하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들이 새로 나온 음반을 들고 담당 PD를 찾아가면 책상 한쪽에 CD만 수북이 쌓아놓고,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들어야 출연 여부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거나, ‘뜨는’ 아이돌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업계에선 음악 방송 연출자들을 ‘음악 PD’가 아닌 ‘섭외 PD’에 가깝다는 웃지 못할 농담까지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MBC ‘쇼 음악중심’의 책임프로듀서가 무대에서 직접 노래하지 않고 미리 녹음된 음원으로 입만 벙긋하는 ‘립싱크’ 출연진을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얼핏 들으면 제대로 된 음악 방송을 위해 뭔가 강한 임팩트를 주는 듯 느껴지지만, 가장 큰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큰 조치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좋은 음악을 제공하기위한 출연진의 다양성과 저변 확대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이지, ‘한류’를 병풍삼아 무더기 아이돌 출연을 정당화해 그 안에서 변화를 꾀하는 꼼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5일 홍대 상상마당에선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팀을 선별하기위해 새 음반을 낸 신인 록밴드들의 경연이 한창 벌어졌다. 모두 16팀이 참여한 이 무대에선 재미도 감동도 없는 팀들도 있었지만, 심장을 덜컥거리게 하고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사운드를 선보이는 기대주들도 상당했다.

이런 팀들은 왜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걸까. 그건 음악 PD들이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방송 PD에게 현장의 의미란 바로 이런 것이다. 음악의 다양한 루트를 만들어줄 이 시대 방송 영웅은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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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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