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당신들의 밤은 어디서 안녕하십니까?

[광화문]당신들의 밤은 어디서 안녕하십니까?

원종태 부장
2014.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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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국을 만든 비결 중 하나는 한국 사회 곳곳에 흐르는 '긴장감'이라고 본다. 우리는 끝없는 긴장 속에 산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과 스펙 쌓기에 정신없는 대학 생활, 수백 대 1의 취업 전쟁, 직장을 잡은 뒤에는 내집마련을 위해, 진급을 위해, 정년 언저리까지 버티기 위해 도무지 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러니 한국의 국민행복지수가 OECD 34개국 중 33위에 그친다는 소식은 한가한 소리로 들리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화면을 좀 더 좁혀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을 들여다보자. LG경제연구원 고가영 연구원(보고서-한국인의 여가, 양적 질적으로 부족하다)에 따르면 한국인의 통근 시간은 평균 58분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하루 평균 1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한국보다 훨씬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미국이나 호주도 평균 통근시간은 각각 21분, 25분 정도다. 이 좁은 땅에서의 삶이 얼마나 지난한 지 잘 보여준다. 그나마 왕복 58분에 출퇴근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다행이다. 광역버스를 타고 고속도로 위를 달려야 하거나,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두 세 번은 갈아타야 직장이 보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바로 한국인의 밤이다. 고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여가생활은 오후 8시30분 이전까지 저조하다가 이후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일하는 시간은 많고, 출퇴근은 오래 걸리니 늦은 밤에야 여가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여가생활도 어렵다. TV 시청이 대부분이고 인터넷 검색이나 게임으로 때우기도 일쑤다. 그나마 등산이 톱 5위 여가생활 중 가장 생산적이지만 주말이 아닌 평일 여가생활로는 어림도 없다.

그렇다고 한국인이 휴가를 제대로 즐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해 한 글로벌 호텔 예약사이트가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유급휴가 발생일수는 평균 10일로 독일(30일)이나 이탈리아(28일), 미국(12일)에 비해 턱없이 적다. 특유의 직장 문화 탓에 실제 휴가를 떠난 휴가 사용일수는 10일에서 한참 모자란 7일에 그친다. 전 국민의 56.9%가 7~8월에만 휴가를 떠나다보니 불친절과 바가지 상흔으로 되레 스트레스를 받고 온다. 이러니 한국인들이 내수 여행을 외면하고 해외로만 쏠리게 됐고, 관광수지 적자가 한해 36억 달러를 넘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2017년까지 내국인 국내 관광시장을 30조원으로 키우겠다거나 15개 부처가 힘을 합쳐 국내여행 활성화에 전력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뭔가 확 와 닿지 않는 자료다. 물론 여름휴가를 분산시킨다거나 근로자 휴가지원제도를 강화한다거나, 창조관광기업 펀드를 조성하는 정책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부가 진정 내수 진작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매일 매일 직장인의 밤부터 돌려줘보자. 탄력적 시간제를 시범 도입해 1주일에 하루라도 8시 출근-5시 퇴근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업이나 오후 6시면 자동으로 사내 모든 컴퓨터가 꺼지는 회사에게 메리트를 주자.

여기에 맞춰 각 구청 단위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참여할 수 있게 오후 8시 이후 시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곁불을 놓아보자. 그렇게 여가의 불꽃이 켜지는 순간, 그것들이 수개월 제대로 쌓여 습관이 되는 순간 우리들의 밤은 달라질 수 있다.

직장인의 밤이 온전히 하루의 충전이자 휴식으로 작동하면 내수 진작도 저절로 풀린다. 일의 생산성은 더욱 오른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돈을 쓰게 돼 있다.

그렇다면 다시 행복지수로 가보자.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 로버트 퍼트넘 교수는 좋은 친구를 사귀면 급여가 3배 오르는 효과가 있고, 마음에 맞는 동아리에 들면 급여가 2배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젠 이 화두에 대해 전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 볼 때다. 지금 당신들의 밤은 어디서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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