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논리의 치열한 고민…"안전한 미술사 아닌 위험한 미술사"

현장과 논리의 치열한 고민…"안전한 미술사 아닌 위험한 미술사"

김고금평 기자
2016.05.10 03:10

[인터뷰]'난처한 미술이야기 1,2'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난처한 미술사' 1, 2권을 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그는 현장 답사를 통한 실증으로 서양 미술의 흐름을 짚었다. 2018년까지 나머지 7권을 합쳐 모두 9권의 미술사를 낸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사회평론
'난처한 미술사' 1, 2권을 낸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그는 현장 답사를 통한 실증으로 서양 미술의 흐름을 짚었다. 2018년까지 나머지 7권을 합쳐 모두 9권의 미술사를 낸다는 계획이다. /사진제공=사회평론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건축 양식은 삼각형 지붕에 8개 원기둥 다리다. 이 단조로운 양식은 그러나 그리스만의 것이 아니다. 짓다 만 스코틀랜드 애든버러 국가기념물도,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발할라도, 미국 링컨 기념관도 모두 이 양식을 그대로 베꼈다.

더욱 깜짝 놀랄만한 일은 덕수궁 석조전의 모습이다. 서양 미술이나 건축과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석조전은 그러나 파르테논 신전의 양식을 그대로 갖다놓은 듯 비슷하다. 대한제국 말기에 지어진 이 건축 양식에 대해 관계자들은 “화재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라고 설명을 붙였지만, 양정무(49)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이 건물은 그리스 건축을 추종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파르테논 신전을 본뜬 백악관이 ‘그리스 시대의 희망과 비전을 옮겨온’ 것처럼 석조전 역시 왕조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담은 것이라고 봐요.”

양 교수가 9일 내놓은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사회평론)는 흥미진진하다. 그간 서양미술사학자들이 잘 하지 않던 얘기를 전면에 내세우며 객관적 검증과 논리로 나름의 시각을 전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 책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오랜 미술인 동굴벽화는 정답도 없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저자는 기존의 가설과 또 다른 가설을 내세우며 논란의 중심으로 끌고 간다.

“인간이 언어를 쓴지는 5000년이지만, 그림을 그린 지는 4만 년이 넘었죠. 서양미술의 80%가 고전 미술이고 그 양식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에서 완성된 이후 오늘날까지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서울 거리에서 백화점이나 예식장에서 파르테논 신전과 비슷한 문양의 건축을 만나게 되는 것도 그런 이유죠.”

저자는 작가나 작품에 초점을 맞춘 그간의 미술사와는 거리를 뒀다. 미술은 작가의 영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무대지만, 그 무대가 어떻게 구성되고 소비되는가는 전적으로 사회적인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미술이 사회적 구조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보다 어떤 문제의식을 느껴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저자는 ‘문화유산답사기’를 쓴 유홍준의 행보처럼 직접 현장 경험을 통해 미술의 구석구석을 묘사하고 분석했다. 그래서 책은 학술서라기보다 답사기에 가깝다. 그는 “미술의 가장 큰 텍스트는 작가나 작품이 아니라 도시라고 생각한다”며 “이론에 기반한 안전한 미술사라기보다 현장감을 통한 위험한 미술사로 인식될지도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 책은 원시시대 미술부터 20세기 현대미술까지 총체적으로 안내한 미술교양서로 현재 1, 2권이 출간됐지만, 2018년까지 나머지 7권이 차례로 나온다. 현장감을 주기 위해 수백 장의 사진, 지도, 일러스트를 정교하게 다듬었는데, 이 작업에만 3년 이상이 걸렸다.

출판사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이 세상 모든 지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양 교수의 책을 시작으로 미술 교양 시리즈를 계속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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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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