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상'은 'B급 기술자'였을까…경성의 건축가들

시인 '이상'은 'B급 기술자'였을까…경성의 건축가들

구유나 기자
2017.03.11 05:13

[따끈따끈 새책] '경성의 건축가들'…식민지 경성을 누빈 'B급' 건축가들의 삶과 유산

'식민지의 근대건축은 이상과 현실, 이성과 감성의 불협화음이 요동치던 장소였다.'(5쪽)

일제강점기 경성에는 수많은 근대건물이 들어섰다. 경교장, 명동예술극장 등 일부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아직까지 남아있지만 당시 활동했던 건축가들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있다. 과연 이들은 일본이 서양건축을 급하게 베낀, 이른바 '짝퉁의 짝퉁'을 만든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 걸까.

당시 대부분의 건축가들은 일제가 세운 경성공업전문학교와 공업전습소, 또는 각 지역의 직업학교 등을 졸업했다. 취직자리는 대부분 총독부나 경성부청 같은 관청이었다. 일제의 지배와 수탈을 위한 건물을 지었지만 건축가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현실과 대면했다. 일부는 건축을 잠시 내려놓고 항일운동에 뛰어들었고, 오히려 일본에 저항하기 위해 건축에 매진하기도 했다.

조선 최초의 건축기사가 된 '박길룡', 3·1 운동에 연루돼 만주를 떠돌았던 '박동진', 조선인 최초로 미국에서 정규 건축 교육을 받은 '박인준', 최고의 구조계산 전문가였던 '김세연', 시인 '이상'으로 잘 알려진 '김해경', 건축계 조직 결성에 공헌한 '김윤기', 우리말 건축용어 정리에 평생을 바친 '장기인' 등은 저마다의 인간적 개성과 작품 세계를 가진 인물들이었다.

이 책은 우리 역사의 비극적 시기에 '친일파'도 '독립운동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일을 해야만 했던 대한민국 건축 1세대의 삶과 유산을 조명한다. 건축이라는 이상과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현실 사이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과 선택을 했을까.

◇경성의 건축가들=김소연 지음. 루아크 옮김. 276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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