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탐사 재료를 예술로 승화시킨 ‘과학자의 무한도전’

해양탐사 재료를 예술로 승화시킨 ‘과학자의 무한도전’

김고금평 기자
2020.08.15 05:58

[따끈따끈 새책] ‘남극이 부른다’…해양과학자의 남극 해저 탐사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인 박숭현 박사는 기본적으로는 과학자이지만, ‘항해자’ ‘탐험가’에 이어 ‘인문학자’까지 영역을 넘본다. 그만큼 직접 발로 뛰어 찾아내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한다.

남극권 중앙 해령 최초의 열수(熱水) 분출구, 열수 생태계를 구성하는 신종 열수 생물, 빙하기-간빙기 순환 증거, 여기에 판구조론 30년 역사를 뒤흔드는 새로운 ‘남극-질란디아 맨틀’까지 그와 그의 동료들이 이룬 성과들은 지난 25년간 배를 타고 떠난 현장 탐사의 결과물들이다.

책은 저자인 박승현 박사가 반평생 바다의 조류가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세계 곳곳을 누빈 기록의 모음이다. 해양 탐사의 특수성 때문에 배를 옮겨 타며 떠돌아다닌 일에 대해 저자는 “해양 탐사는 단순한 과학 연구를 넘어선,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며 이문화와의 교류”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 탐사의 여정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과학 넘어 문화와 예술이었다. 발파라이소에서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떠올리며, 마드리드에서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을 생각하고, 하와이에 가서는 서든 록을 찾아 듣는 식이다. 여느 과학자들의 기록과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2015년 세계 최초로 남극권 중앙 해령의 열수 분출구와 신종 열수 생명체를 발견해 화제를 모았는데, 이때 열수 분출구에 붙인 이름이 ‘무진’이었다. 알다시피,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서 딴 이름으로 무진의 안개를 떠올리게 하는 열수의 형상과 탐사 과정에서 드리운 여러 가지 불확실한 감정 및 모호한 느낌을 오롯이 담은 명명이었다.

저자에겐 단단한 해저에 잠든 매력적인 이야기를 캐내어 우리 가슴에 스며드는 언어로 풀어내는 힘이 있었던 셈이다.

그런 마술의 언어를 등에 업고 저자는 오늘도 여러 배를 갈아타며 아무도 향유할 수 없는 과학, 역사, 문화, 모험 그리고 탐사의 세계로 떠난다.

◇남극이 부른다=박숭현 지음. 동아시아 펴냄. 372쪽/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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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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