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리카에 이어 코리웡 연주도 따라하는 한국 관객의 '미친 리듬감'

메탈리카에 이어 코리웡 연주도 따라하는 한국 관객의 '미친 리듬감'

김고금평 에디터
2025.11.23 19:09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코리웡 공연리뷰…톤 조절, 혼섹션의 미학, 혼연일체 무대 '감동', 리듬 기타 부재 '아쉬움'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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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이 빠르고 비트가 강한 음악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톤'(tone, 음색)이다. 공격성이 강한 음악이기 때문에 악기 간 보이지 않는 '소리 전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자기 소리 묻힌다고 베이스와 드럼이 경쟁하면 객석 귀를 먹먹하게 만들기 십상이고, 기타와 드럼이 경쟁을 벌일 경우 '최악의 무대'가 만들어지기 일쑤다.

톤은 수많은 경험과 자기 악기 밸런스의 확신이 들고 나서야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조절 능력이다. 지난 20, 22일 두 차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내한무대에 오른 코리웡(Cory Wong) 밴드는 이 톤을 예술적이고 미학적으로 그려냈다.

첫 곡부터 마지막 앙코르곡까지 하울링 한 번 생기지 않았고, 드럼과 베이스 등 리듬 악기의 최전선에 있는 악기들의 안정적 병렬 사운드는 감탄사를 연발할 만큼 압도적 기량을 선보였다. 톤과 강약의 마술사들이 벌인 '마술쇼'는 연주자들의 악기 소리가 곡 스타일에 맞게 저절로 조절되는 신기한 사운드 묘기처럼 비쳤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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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국 무대에서 코리웡은 자신의 정체성인 '기타 리듬' 대신 '전체 리듬'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른손이 안 보일 정도로 쉼 없이 흔들어대던 화려한 속주 플레이는 거의 사라지고, 관악기 위주의 사운드가 주도하는 멜로디와 리듬의 향연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멤버는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이중 혼섹션(horn section-색소폰은 목관악기여서 금관악기만을 지칭하는 브라스(brass) 섹션이라고 하지 않는다)만 5명이었다. 바리톤-알토-소프라노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 관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의 모든 것을 구현하기 위해 국가대표 선수급 1명씩 선발해 모인 자리 같았다.

공연은 이 혼섹션 주자들이 한 명씩 무대로 나와 거의 독주를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배정했다. 트럼페터는 무대를 넘어 스탠딩 객석 한가운데서 무려 5분 가까이 연주하며 관객과 호흡하기도 했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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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웡의 이번 무대는 '혼섹션 타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코리웡이 10분 넘게 선보인 솔로 기타 연주 '메디테이션'(Meditation)은 기타 소리 자체만으로도 감동의 반은 이미 먹고 들어갈 정도로 황홀하고 달콤했다. 리버브(reverb)와 딜레이(delay) 같은 기타 페달로 엮은 그의 기타 톤은 어디서도 들어보기 힘든 아주 특별하고 고귀한 음색이었다.

이렇게 긴 연주가 이어지는데도, 객석 대부분인 20, 30대 젊은 관객들이 미동은커녕 숨 소리조차 내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톤 자체의 매력에다, 에릭 클랩튼을 연상시키는 슬로 핸드 주법이나 마크 노플러의 손으로만 튕기는 인간적인 사운드의 따뜻함이 어우러진 것도 긴 감동의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하지만 공연 내내 그 특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페라리 질주 같은 연주를 기대했던 리듬 기타의 향연이 많이 드러나지 않은 대목은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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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감동은 앙코르 곡에서 나왔다. '딘 타운'(Dean Town)이 흘러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객석에서 베이스 리듬을 그대로 따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 곡의 '합창'은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상인데도, 이날 한국 관객의 합창은 단순히 어느 일부분의 마디에서만 이뤄지는 협력이 아닌, 곡 전체를 그대로 카피하는 리듬의 완전한 '체화'였다. 베이스 리듬만 따라한 게 아니라, 혼섹션의 어지럽고 어려운 싱코페이션(당김음)과 트리플렛(셋잇단음표)을 '본능적으로' 입에서 뱉어내는 한국 관객의 신기한 그루브(groove, 리듬감)에 연주자들 모두 감탄의 표정을 멈추지 않았다.

코리웡은 여러 프레이즈를 돌리고 나서, 객석 한구석을 가리키며 "내가 너희들 노래하는 거 다 들었어"하며 3번이나 같은 마디를 연주했다. 곡을 멈췄다가 다시 연주를 계속해도, 관객은 어김없이 그 부분을 정확히 따라하며 연주자들과 동행했다.

헤비메탈 그룹 메탈리카가 내한공연에서 '마스터 오브 퍼핏'(Master of Puppets)의 간주 부분을 똑같이 따라 하는 한국 관객을 보고 "최고"라고 치켜세웠듯, 코리웡도 한국 관객을 마치 자신의 '10번째 연주자'인 것처럼 대접하며 같이 즐겼다.

/사진제공=프라이빗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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