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고금평의 열화일기] 13일 첫 내한무대 오른 도자캣…"온몸을 희생하는 무대" 이렇게 멋있고 예쁜 가수였나

그녀는 예뻤다. 아니 멋있었다. 예쁘고 멋있었다. 지난 13일 오후 8시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실 10홀. 찬바람과 눈길, 긴 교통 시간을 견디며 아슬하게 도착한 그곳에 숨이 막힐 대로 막힌 이를 더 숨 막히게 하는 짜릿한 무대가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주인공의 원색적인 모습에 눈을 고정하자니, 가슴이 뛰고 그렇다고 피하자니 호기심이 샘솟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수줍음과 관음의 본능이 수시로 오르내렸다.
보는 이만큼 무대 주인공도 이중적인 자태를 물씬 뽐냈다. 허리 상(上)학적으로는 녹색으로 단정하게 물들인 머릿결과 검은 모자, 어느 왕실의 공주가 착용한 듯한 화려한 귀걸이와 목걸이로 점철된 우아함의 상징들이 빼곡히 수 놓였다. 허리 하(下)학적으로는 검은 가죽 삼각팬티와 망사 스타킹으로 두른 엉덩이를 연신 흔들어대며 '섹시의 극한'이 무엇인지 실시간 증명하고 있었다.

그래미어워즈 수상자이자 팝계 가장 뜨거운 '걸크러시'로 수렴되는 도자 캣의 첫 내한무대 현장이다. 공연은 숨 돌릴 틈 없는 '역동의 행렬'이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27곡을 부르는 내내, 물 한 모금 마시거나 대화를 제대로 이어가는 '휴식'을 철저히 차단했다. 그는 노래하고 춤추고, 리듬에 맞춰 흔들고 갖은 퍼포먼스로 관객의 넋을 빼앗은 데만 열중했다.
도자 캣(Doja Cat)은 이름대로 공연했다. 마약의 슬랭인 '도자'처럼 자신에게 완전히 도취돼 무대를 파격과 황홀, 욕망의 영역에서 운영했고, '캣'의 요염(妖艶)을 앞세운 퍼포먼스와 교태를 재미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또 다른 수준의 예술로 승화했다.
음악도 색소폰, 트럼펫, 트럼본 등 혼섹션의 적극적인 참여로 팝 너머 재즈의 향기를 듬뿍 담았다. 이 역시 '캣하우스 재즈' 스타일에서 느낄 법한, 장르를 뛰어넘고 지금 이 순간의 분위기에 취해 자유로운 음악 그 자체에 몰입하는 무대 형식을 '계산적으로' 따르는 듯했다.
초반 무대는 대중적인 곡들 위주로 화려한 연주에 주력했지만,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빠른 템포의 곡들보다 느리지만 끈적이는 랩과 리듬앤블루스(R&B)로 힘을 모으며 '도자 캣'의 존재를 더욱 부각했다.

혼자 무대를 장악하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마치 테스트하는 현장 같기도 했고, '온몸을 희생하는 무대'의 정의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발표회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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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였는지 마이크 줄을 손과 입, 머리, 다리 등 온몸을 사용해 동여매기 바빴다. 곡에 따라선 '마이크 퍼포먼스'를 세분화해 보여줬다. 때론 노래를 마칠 때 마이크를 입안에 넣기도 하고, 때론 마이크 줄을 채찍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특히 '데몬스'(Demons)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이날 무대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고양이의 움직임이 모두 드러난, 누워서 손으로 밀며 다리를 움직여 엉금엉금 무대 앞으로 기어가는 행위 예술 앞에 관객 1만 4000명은 오로지 감탄의 환호성으로 화답할 뿐이었다.

뮤지컬 '캣츠'의 배우처럼 무대에서 '연기'하고 캣하우스 재즈의 싱어처럼 '노래'한 도자 캣은 자신이 의도했을지 모를 '외설'이나 '관능'의 이미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그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숨 막힐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도자 캣이 이렇게 예쁘고 멋있는 뮤지션이었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은 '세이 소'(Say So)나 '주시'(Juicy) 같은 대표곡들은 이날 무대에서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음반으로 듣는 맛보다 강도도 떨어지고 가슴에 와닿지도 않았다. 그런 곡들보다 느리면서 서사의 해석이 들어간, 그래서 몸을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곡들이 그의 무대력을 더 끌어올렸다.
'캣'의 그런 오묘한 조화가 그만의 장르와 스타일을 만들고 관객의 절대적 환호를 이끌었다. 우아함과 관능의 여왕은 그렇게 탄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