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자본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시평]자본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2006.12.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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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일반에 공개된 미국 자본시장규제 위원회의 중간보고서가 많은 관심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학계, 업계, 정책당국자, 투자자를 대표하여 22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미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과도한 규제와 소송비용을 줄이면서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향후 자본시장 규제의 전반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가 구성된 직접적인 원인은 런던, 홍콩 등과 같은 경쟁 도시에 밀려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서의 월스트리트의 입지가 갈수록 위협받는데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50%에서 2005년 5%로 급감하였고, 미국 시장에 상장됨으로써 누리던 주식 가격의 프리미엄 역시 현저히 감소하였다. 또한 2002년 이후 상장회사의 수도 뉴욕은 4% 준 반면, 런던과 홍콩은 각각 13.7%와 17.8% 씩 증가하였다.

 

이러한 미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약화의 주원인으로서 위원회는 과도한 규제를 들고 있으며, 특히 회계투명성을 강화한 사베인-옥슬리법과 기업회계 감사인과 경영진에 대한 소송비용의 증가를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 전반의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분위기 역시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하려는 경향을 가속화시켰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의심 가는 자금의 흐름에 대해 국토보안청이 임의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애국법' 역시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매우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고 이들 기업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자본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자자 보호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한 절대적인 요건이라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누구나 인지하는 점이다. 어렵게 벌어서 투자한 자산이 분식회계, 주가조작, 횡령 등으로 하루 아침에 날아가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자본시장에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투자를 꺼릴 것은 당연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 규제는 회계투명성, 지배구조를 포함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고 향후 규제를 엄격히 준수할 능력이 있는 기업만을 자본시장에 참여시킴으로서 이들 기업들이 낮은 자본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금의 공급자인 투자자와 자금의 수요자인 기업들에게 모두 혜택이 된다.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규제완화의 논의를 우리는 부러운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자본시장통합법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이 법에서 가장 중요시 되어야 하는 부분 역시 투자자 보호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투자자 보호가 철저히 이루어지는 자본시장이다. 현재의 논의의 초점은 자본시장 전반의 규제가 적정선을 넘었는 지에 대한 것이지 투자자 보호를 완화하자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논의되는 규제완화 논의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여 투자자 보호 규정을 완화하자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책임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투자자보호 장치는 더욱 강화되어야지 완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61개 조사 대상 국가 중 회계와 감사 관행항목에서는 58위라는 치욕적인 등수를 차지했다. 재계가 우려하는 집단소송 역시 현재까지 한 건도 제기된 적이 없어서 그 실효성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분식회계, 비자금 조성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인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모두 풀려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와대와 여당에서 나서서 사면을 고려하고 있다. 엔론, 월드컴 등과 같이 분식회계를 주도한 기업의 경영진이 20년 이상의 장기형을 선고받고 그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는 미국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현실이다.

 

지금 세계는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자본시장 규제는 자본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경쟁력을 갖추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보호를 더욱 더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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