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되는 경제지표만 보면 우리경제는 이미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간 분위기다. 지표상 물가는 역대 최저수준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사정과 투자지표 등 다른 경제지표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주가지수는 1600선을 향해 달리고 있고, 그동안 금융기관을 괴롭힌 연체율 상승이나 외화유동성 문제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최근 경제지표들이 회복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나서 이를 크게 강조하지 않는다. '숫자'만을 보고 현상을 판단했다가 자칫 상황을 '오판'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깔려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지표들의 기간별 성과를 비교하는 기준은 '전년동기대비'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할 때 '전기대비'보다 합리적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여기에는 '기저효과'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비자 물가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1.6% 증가에 그치며 지난 2007년 1월 이후 30개월 만에 1%대로 내려앉았다. 지난 2000년 5월 소비자물가가 1.1% 상승한 이래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반면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급등여파로 전년동기대비 5.9% 상승하며,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도의 물가가 '최고치' 행진을 하는 바람에 올해 물가는 반대로 '최저수준'으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이 발생한 사례다.
물가상승률이 최저수준이라도 실제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은 높다. 실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0으로 지난해 7월 111.2보다 1.8포인트 높은데, 이는 소비자물가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급등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한 탓에 최근 물가상승률이 낮게 나타나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수준은 높은 편"이라며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억제 등을 통해 중장기적 물가 인상요인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에 대한 수치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전년동기대비 마이너스(-) 6.2%를 기록한 이래 계속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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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8.4%를 기록한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 1월 -21.4%, 2월 -11.3%, 3월 -19.9%, 4월 -18.9%, 5월 -16.2%, 6월 -5.6% 등 뒷걸음질을 계속해 왔다.
이 수치만 볼 때 설비투자가 크게 줄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올해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1월 84.7에서 6월 111.8로 32.0%로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정확한 경제현상 판단을 위해서는 개별 경제지표가 아닌 관련이 있는 여러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통계청 관계자는 "설비투자 지표는 제조업 가동률과 연관이 깊다"며 "지난해 경제위기로 가동률이 60%대까지 추락했지만, 지난 6월 정상수준(80%) 근처인 76.5%까지 올라왔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