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수출기업, 번역 투자에 너무 짜다”

[CEO칼럼] “수출기업, 번역 투자에 너무 짜다”

한국아이시스 이승훈 대표
2009.09.01 10:10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체결하면서 우리는 실질적인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경제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있다.

시장의 언어적 측면만 보더라도 미국은 공식 언어가 영어이므로 수출할 때 제품 설명서나 매뉴얼 등을 영어나 스페인어로 번역하면 된다. 하지만 EU는 회원국이 27개국, 공식 언어만 24개로 매뉴얼이나 설명서를 번역할 때 상당한 수고와 비용이 들어간다.

글로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다. 현지화란 국내의 우수한 제품과 기술을 해외 수출국 현지의 사회, 경제, 문화, 역사 및 관습 등의 현지인 정서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 번역이 중요하다. 단순 번역이 아니라 커스터마이징을 추가한 언어적 측면에서의 현지화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테면 문화적으로 민감한 언어를 사용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제대로 된 로컬라이제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우리말을 잘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용어를 관리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다국어화에 풍부한 경험과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일반 기업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제대로 된 로컬라이제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출을 하면서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만을 중요시 하고 매뉴얼이나 제품 설명서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제품 기획을 할 때 매뉴얼이나 설명서 제작에 충분한 번역 예산을 할당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품 개발비의 일정부분, 아니 1% 라도 매뉴얼과 제품설명서의 제대로 된 현지화에 투자하는 기업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기업의 담당자들은 무조건 싼 번역업체를 찾아 수출 마지막 단계에 졸속 제작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낮은 단가 기준으로 번역업체를 찾아 맡겼다가 나중에서야 그 중요성을 깨닫고 비용을 이중, 삼중 낭비하는 사례도 많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번역업계에서도 통용된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으려면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고품질에 짧은 납기 준수는 기본으로 하고 무리한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업계 관행이 가격경쟁을 부추겨 저가 구조의 번역시장을 만들어 냄은 물론 제대로 된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마저도 위협하고 있다. 번역업계의 경쟁력 강화, 더 나아가 수출 기업들의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러한 관행은 지양되어야 한다.

매뉴얼이나 제품설명서는 제품의 우수성을 현지인들에게 알리는 중요한 수단이며 제품의 얼굴이다. 현지인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설명서가 형편없다면 그 상품 역시 기능이 아무리 우수할 지라도 평가절하 될 수밖에 없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매뉴얼과 제품설명서의 수준 높은 현지화, 즉 로컬라이제이션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공단가 기준이 아닌 품질을 기준으로 제대로 된 번역 업체, 즉 로컬라이제이션 업체를 선택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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