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알바 불사 '고시원4남매' 현재는..

15시간 알바 불사 '고시원4남매' 현재는..

김훈남 기자
2009.09.14 10:49
↑지난 4월 9일 KBS 1TV 현장르포 동행 '고시원 4남매' 방송분. ⓒ타임프로덕션 제공
↑지난 4월 9일 KBS 1TV 현장르포 동행 '고시원 4남매' 방송분. ⓒ타임프로덕션 제공

"네, 잘 지내고 있어요"

근황을 묻는 질문에 박용철씨(19)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지난 4월 9일 방송된 KBS1TV '현장르포 동행-고시원 4남매'편엔 알코올 중독으로 술만 마시면 난폭해지는 아버지를 피해 고시원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4남매의 모습이 그려졌다.

춤을 배워 연예인이 되겠다던 꿈을 접고 동생들을 위해 하루 15시간 아르바이트도 불사하던 맏이 용철, 고3이지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엄마 역할을 도맡은 둘째 설희(18), 축구부활동을 포기한 셋째 태성(14), 맘껏 소리지르고 뛰놀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던 막내 태희(6). 4남매는 각자 꿈을 접고 불편한 장소에서 생활하면서도 밝고 우애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방송이 나간 지 5개월, 여전히 4남매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4남매의 사연을 전하는 게시글에는 "남매가 집은 구했는지 궁금하다", "용철씨의 군문제는 어떻게 됐느냐"는 등의 질문이 올라왔다.

한두 명도 생활하기 비좁은 고시원 방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던 4남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남매는 지난 5월말 고시원을 나와 의정부 인근의 영구임대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방송이 나간 뒤 남매의 사연을 접한 사람들이 보내 준 후원금을 보태 전세로 구한 76m²(23평) 크기 아파트다.

현재 맏이 용철씨의 당면과제는 군대문제다. 용철씨는 하던 아르바이트를 중단하고 방위산업체 입사를 위해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계획대로 전기기능사 자격에 합격해 방위산업체 입사를 한다면 용철씨는 내년쯤 군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4남매의 사연을 접한 방위산업체로부터 자격증이 없는 조건에 입사를 제의받기도 했다. 군복무 기간 동안 동생들을 돌보고 싶다는 박씨의 사정을 들은 회사의 제안이었다. 소개받은 회사의 월급도 120만원 가량, 그러나 용철씨는 이를 거절했다. 새로 구한 집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용철씨는 "회사 위치가 가산디지털단지라고 들었는데 집에서 너무 멀다"고 말했다. 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동생들을 돌보기엔 출근 거리는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방송 당시 대학진학을 포기했던 둘째 설희는 여전히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 중이다. 용철씨는 "설희가 대학에 다시 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첫 등록금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본인이 해결하겠다는 것이 설희의 생각이다. 용철씨는 "나머지 두 동생들도 있고 해서 확실치는 않지만 입학은 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셋째 태성, 막내 태희도 여전하다. 용철씨는 "여전히 태희가 밤에 잘 안 자고 아침 늦게까지 안 일어나 아침마다 전쟁"이라며 웃었다. 내년에 태성과 태희는 각각 고등학교, 초등학교에 진학한다.

방송이 나간 뒤, 4남매의 아버지에게도 변화는 찾아왔다. 용철씨에 따르면 아버지가 술을 많이 줄이고 4남매가 따로 사는 것을 인정했다. 또, 주말에는 하루씩 남매가 사는 남매의 집에 찾아와 같이 시간을 보낸다.

용철씨는 "아버지도 많이 노력하신다"며 "(남매의) 집을 찾아올 때는 술을 안 드시고, 행여 주말에 술을 드시면 다음에 찾아 오신다"고 말했다. 동생들이 아버지가 오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동생들에게 그래도 우리 아버지인데 일주일에 하루는 같이 지내는 게 도리 아니냐고 말했더니 모두 따른다"고 대답했다.

11년 전에 연락이 끊겼던 어머니도 방송을 보고 연락이 왔다. 박씨는 "11년 전 아버지와 이혼하고 뵙지 못했던 어머니가 방송을 보고 찾아오셨다"며 "설희나 태성이는 아직 서먹하지만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태희를 낳아준 새어머니는 아직 연락이 되지 않지만 용철, 설희, 태성을 낳아주신 어머니는 종종 찾아와 남매들과 시간을 보낸다. 용철씨는 "태희도 어머니를 잘 따른다"고 말했다.

용철씨는 "방송이 나가고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방송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려 했는데 사이트 장애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받기만 했다. 그 덕에 잘 지낼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며 "나중에 다 갚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였다.

이달 말 전기기능사 자격증 필기시험에 도전하는 박용철씨. "자격증을 취득하고 방위산업체에 들어가면 퇴근 후 다시 춤 연습을 해 잠시 접었던 연예인의 꿈에 도전하고 싶다"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분히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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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남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김훈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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