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한 은행에서 3주전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두바이로 출장을 간 내 친구는 그곳의 한 지역은행(local bank)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칠성급 호텔로 유명한 버즈알아랍 근처의 한 은행 점포에 가서 일을 보려고 여권을 내밀었는데 검은 차도르를 쓴 창구 직원이 놀라운 말을 했다. “안녕하세요?” 분명 아랍여자였다.
이럴수가! 숫하게 중동 출장을 왔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아랍 사람들은 남한, 북한도 잘 모른다. 로컬뱅크의 창구 여직원이 한국말로 인사를 하다니...

결론은 한류의 힘, 한국 콘텐츠의 힘 이었다. 이 아랍 여자는 한국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과 그룹으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서도 위성 TV를 통해 한국 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었고 많은 팬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었다.
겨울연가, 풀하우스, 대장금을 봤고 자기는 가수 비가 너무 좋단다. 아랍은 사고방식과 문화가 완전히 틀리다. 그런데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랍까지 한국의 콘텐츠가 먹히고 있는 것이다. 분명 한류 콘텐츠에 강력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바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사건이었다.
'아바타'와 같은 초대형 콘텐츠를 가지고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헐리우드를 제외한다면 자국의 콘텐츠를 우리처럼 해외로 뿜어내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한류를 키워낸 일등공신인 TV용 드라마의 제작환경이 무너지고 있다. 2년전 한국 영화산업이 암울했던 것처럼 지금은 드라마 제작사들이 매우 힘든 상황이다. 드라마 자체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보다는 방송편성만을 노리고 자금을 빌려 콘텐츠를 생산해 온 일부 제작사에도 문제가 있었다.
자전거는 굴러가야 넘어지지 않기에 수익성이나 콘텐츠의 질보다는 자전거 바퀴를 굴리기에 급급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대기업이 경쟁력 확보를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맞추는 것과 같은 모습이 방송사의 콘텐츠 수급에서도 발생했던 것이다.
더 양질의 드라마를 요구하면서도 제작 원가대비 구입비용 비율은 점점 더 줄어들어 왔다. 그 차이를 제작사의 유상증자 등 재무적 자금조달로 메워 오다 한계에 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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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드라마를 제작하거나 드라마 제작편수가 많았던 제작사들을 살펴보면 적자규모가 엄청나다. 재무구조가 최악이다. 시청자의 눈은 높아져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러한 콘텐츠가 더 큰 수익을 가져온다는 것은 다 알지만 방송사들의 편성권이라는 힘에 기초한 구매단가는 '상생'이라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편성 채널의 신설을 앞두고 이 '상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수익성확보를 위해서는 간접광고(PPL)에 대한 전향적 시각이 필요하기도 하다.
방송 콘텐츠 제작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있다.
한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자동차나 배,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부가가치가 큰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그러면 자동차도 잘 팔린다. 내가 좋아하는 '비'가 타는 한국의 자동차를 아랍의 그 여인도 사고자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