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와 전면전 선포… 대기업·대자산가 '정조준'
#국내 한 제조업체 사장인 A씨는 해외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이용해 스위스 등 해외금융계좌에 수천 억 원을 숨겨오다 국세청에 적발됐다.
A씨는 은닉한 돈을 수차례 자금 세탁한 후 재투자했으며,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우회상속을 시도하기도 했다. A씨가 스위스·홍콩·싱가포르 등에 개설한 14개 계좌에는 총 5000억 원이 넘는 돈이 입금됐으며, 지난해 적발 당시 A씨의 계좌에 남아있던 잔액만 1500억 원에 달한다.
역외 금융계좌 관련 법령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대규모 역외탈세가 늘어나면서 정부가 '전면전'을 선언했다. 올해부터 역외탈세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본격화해 10년 안에는 이를 근절시키겠다는 것이다.
◇'통큰 탈세' 수천억 해외로 '줄줄'=이현동 국세청장은 17일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 대재산가 등 세법질서를 저해하는 탈세자에 대해 엄정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 세무관서장을 한 자리에 모은 회의에서다.
이 청장은 "넓은 세원을 구현하고, 중장기 세입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숨은 세원을 양성화해야 한다"며 "특히 역외탈루를 근절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칼 끝'을 정조준 하고 나선 데는 갈수록 세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원과 탈세유형이 계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세원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세입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세원 이동이 빠르게 글로벌화 되면서 역외탈세 등 지능적인 탈세수법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내 탈세보다 규모가 크고, 적발이 어려운 역외탈세를 조기에 근절시키지 못할 시 자칫 세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이 청장은 "역외탈세는 소중한 국부를 유출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는 행위"라며 "아울러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일으키기 때문에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대자산가 '정조준'= 국세청은 역외탈세와의 전면전에 나서면서 대재산가나 대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국세청은 올해 총 1만8300건 가량의 조사를 실시해 1조원 이상의 역외탈세를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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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대재산가의 재산 변동내역 중 탈루 혐의에 대해 조사를 실시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철저히 차단키로 했다. 또 기업자금 불법유출을 통한 비자금 조성이나 우회상장·차명주식 등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에 대한 검증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차명재산을 '차명재산 관리프로그램'에 수록, 실명전환·매매 등으로 인한 소유권 변동내역에 대해 꼼꼼하게 관리키로 했으며, 탈세혐의가 높은 기업이나 사주일가, 거래처에 대해서는 동시조사를 통해 변칙 상속·증여와 기업자금 불법 유출 혐의 등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이밖에 갈수록 지능화되는 탈세수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첨단탈세방지센터'를 설치하고, 지방청 법인 조사국에 국제조사팀을 지정, 대재산가·대기업의 국제거래를 정밀 검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