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세청 '역외탈세와의 전쟁' 승리하려면…

[기자수첩]국세청 '역외탈세와의 전쟁' 승리하려면…

전혜영 기자
2011.05.19 15:54

"내가 한국에 기여한 공을 알면 대통령이 상을 줄 거다"(권혁 시도상선 회장)

"카작무스 지분은 카자흐스탄에서 사고 팔았고, 지금은 영국 영주권자인 외국인으로서 한국기업에 투자한 건데 왜 세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차용규 전 카작무스 대표 측근)

이현동 국세청장의 진두지휘 하에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해외 대자산가들의 탈세혐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박왕'으로 통하는 권혁 회장에게 4000억 원대의 세금이 부과됐고 '구리왕'으로 불리는 차 전 대표도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혐의가 입증될 경우, 차 전 대표에게는 사상 최대 규모인 7000억 원대의 세금을 부과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역외탈세와의 전쟁을 치르는 데는 이 청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지난해 취임 이후 조용한 리더십을 보여 왔던 이 청장은 올 초 대기업과 대자산가 등이 해외로 거금을 빼돌리는 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올 한해만 1조원 이상의 역외탈세를 잡아내 국고로 환수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역외탈세와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이 청장이 역외탈세를 잡는 데 사력을 집중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역외탈세를 적발함으로써 세원 확보 및 성장잠재력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외탈세 차단은 세계 각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세원확보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로 이탈하는 세원 복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조세피난처로 유출되는 자본 규모가 외자유치 규모보다 커 성장잠재력에 '빨간불'이 켜지자 자본유출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문턱에서 성장잠재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만큼 조세피난처로 이탈되는 세원을 추적하고, 국내 생산활동에 투자돼야 할 자본의 불법 해외유출을 차단하는 것이 절실하다.

다만 국세청이 '보여주기 식' 과세행정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권 회장과 차 전 대표의 사례를 두고 해외에서 어렵게 돈을 벌고, 국위 선양한 사람들에게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거둬가는 게 정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역외탈세와의 전쟁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성과주의로 갈 경우, '오버'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금을 내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과세행정이야말로 공평과세의 첫걸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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