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방향]재정한도 내에서 투자 최대한 확대..실효성은 의문
정부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힌 경기를 살리기 위해 8조5000억 원 규모의 재정투자에 나선다. 국내총생산(GDP)의 0.7% 수준이다.
추경이란 직접적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추경이라고 볼 수 있다. 통상 경기 부양을 위한 추경은 GDP 1%를 넘지 않았다. 물론 본격적인 위기대응 차원의 추경엔 못 미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 예산을 쏟아 부은 지난 2009년의 경우 28조4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가 정치권의 대규모 추경 예산 편성 요구를 외면한 것은 아직 본격적인 충격파가 도달하지 않았고,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본격화될 때에 대비해 실탄을 아껴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신 균형재정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재정을 투입, 차갑게 식어가는 경기에 불을 지피기로 했다. 8조5000억 원의 재정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금계획 변경, 공공투자 확대, 재정 집행률 제고 등을 통해 재정 투자를 8조5000억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금운용계획 변경 2조3000억원, 공공 및 민간투자 확대 1조7000억원, 이월·불용액 최소화 4조5000억 원 등이다.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장기전에 대비해 체력을 비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여력이 있는 부분을 긁어모았다"며 "(이전) 위기 당시 편성한 추경에는 못 미치지만 통상적인 추경 수준은 된다"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의 3.7%에서 3.3%로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회복 속도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물가, 고용,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에 대해선 이전보다 나아진 전망을 발표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3.2%)보다 낮은 2.8%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고용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40만 명, 180억 달러로, 기존 예상치 28만 명, 15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내년에는 우리 경제가 4%대 성장률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성장세 회복 등에 힘입어 내년 우리경제가 4.3% 성장하고 취업자 수가 33만명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물가는 경기회복으로 수요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간 3.0% 오르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수입 증가에 따라 150억불로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독자들의 PICK!
정부는 건설산업 체질 강화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내놨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를 조성해 중견기업에 설비투자자금을 지원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뱅크 규모를 기존의 8000억 원에서 2조원으로 확충키로 했다. 리츠(부동산투자회사)의 임대소득 공제 일몰기간을 올해 말에서 2015년 말로 연장된다.
민간 전문가들은 성장률 하향 조정에 대해선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정부가 전망치를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에 비해 균형재정을 유지하는 선에서 재정투입 규모를 묶은 것에 대해선 견해가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은 지금 안 하는 게 맞다. 향후 추가적인 경기 침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반면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현재 위기를 심각하게 보지 않는 모양"이라며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고 경기 침체가 계속될 수 있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