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실질적 타결" 초거대시장 문 열렸다

"한·중FTA 실질적 타결" 초거대시장 문 열렸다

세종=우경희 기자
2014.11.10 10:46

[한중FTA 타결]상품·농산물 이견속 정상회담 맞춰 합의서 서명…韓, 美·EU·中과 모두 FTA 체결 유일한 국가

사진=머니투데이DB
사진=머니투데이DB

FTA(자유무역협정)에 일방은 없다. 상대국 시장을 여는 만큼 자국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 또 국제협정에 완벽한 균형은 없다. 아무리 완벽을 기해도 저울의 눈금은 한 쪽으로 쏠린다. 만약 이 불균형이 커질 경우 FTA는 한 나라에 큰 악재가 된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무역국을 다투는 중국과의 이번 FTA 체결은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에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는 초기부터 확고했다. 제조업 생산기반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 없는 한국의 내수시장을 감안할 때 결국 '살 길은 무역'이라는 명제에 충실했다. 자유무역의 시장에 뛰어들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의 지속가능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한 한국과의 FTA는 조심스럽지만 만질 수 밖에 없는 양날의 칼이었다.

양국이 정상회담이라는 빅이벤트를 통해 겨우 FTA의 문턱을 넘은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완전타결 협정문이 아닌 합의문에 서명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한 실질적 타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무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협정문이 아니라 합의문이며, 큰 틀의 합의는 쟁점의 해소"라고 말했다. 시각에 온도차가 있다. 완전타결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난한 추가협상이 예상된다.

◇'주력산업' 놓고 줄다리기=이번 FTA협상은 백조들의 한 판 승부였다. 물 위로는 태연자약, 의연한 모습이었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한 수싸움과 외교전, 미디어를 통한 대리전이 전개됐다. 우리 정부는 겉으로는 '조기타결을 위한 양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기실 주요국과의 중요협상까지 미루며 타결에 집중했다. 중국 정부 역시 '안 되도 그만'이라는 특유의 '만만디'로 나왔지만 내심 타결에 매달렸다.

협상이 어려웠던 이유는 양국의 주력산업에 겹치는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마카오, 칠레, 파키스탄 등 12개 국가와 FTA를 체결했다. 면면은 다양하지만 한국처럼 제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무역국가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기준 일본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 됐다. 이런 나라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큰 결심이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遊客)들과 여행객 등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14.10.6/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던 중국인 관광객(요우커·遊客)들과 여행객 등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2014.10.6/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한국의 공산품 시장이 중국은 못내 부담스럽다. 협상 막판까지 PSR(원산지결정기준)이 쟁점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원료를 수입하고 공산품으로 만들어 수출하는 식이다. 중국이 원산지 기준을 강하게 적용해 원료 원산지를 따질 경우 관세 철폐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협상기간 내내 줄다리기가 치열했다.

한국으로서는 FTA 발효 이후 쓰나미처럼 쏟아져 들어올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의 고민은 FTA협상에 22개의 챕터를 등장시켰다. 한국으로서도 미국과의 FTA에 마련된 24개 챕터에 준하는 규모다. 양국은 22개 항목 중 16개 항목에서는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6개 쟁점분야에 대해서는 타결 직전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상품 및 농산물이 그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장관이 테이블에 마주앉는 초강수를 둔 끝에 결국 한중FTA는 세상빛을 볼 수 있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만약 양국 정부가 이번에도 각자 입장을 고수했다면 합의문 마련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조건 체결' 또 답습, 정치이벤트 의식?=FTA의 성공 여부는 당장 평가할 수 없다. 다만 한·중FTA를 통해 한국 정부는 해외 경제영토를 종전 61%에서 73%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과의 FTA를 어떻게 지렛대로 이용하느냐가 우리 경제의 50년 후, 100년 후 모습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 시점에 맞추기 위해 추후조정의 여지를 많이 뒀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무르익지 않은 협상을 정상회담 시점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해 미완 상태로 내보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부는 "양국 간 FTA에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FTA는 체결하지만 추후 세부내용에 대한 조정의 여지가 많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슈가 난무하는 국제사회에서 FTA에 대한 관심과 동력이 이번 정상회담 수준으로 다시 고조되긴 힘들다. 양국 국내의 전폭적인 관심 속에 FTA 세부협상이 진행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라는 의미다. 한국 내에서는 농산물 등 쟁점분야에 대한 내홍이 재발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부터가 시작, 용중(用中)전략 본격화해야=문제는 이제부터다. 이번 FTA로 한국은 미국과 EU(유럽연합), 중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철폐되는 세율에 따른 득실 따지기를 위해 계산기를 두들겨야겠지만 당장 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셈이 됐다. GDP(국내총생산) 증가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농업계는 울상이다. 상품시장은 상호교역이 기본이지만 농산물시장은 사실상 한국의 일방수입이다. 참깨나 생강, 고추는 물론 각종 곡물 등 지금도 중국산에 의존도가 큰 제품들은 이제 사실상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농업계의 전망이다. 그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과일이나 육류 시장에서도 이미 중국산이 전세계에 수출되고 있는 만큼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국과의 FTA협상 이후에는 오히려 우리의 농산물 수출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중국은 가격은 물론 거리 상으로도 미국과는 비교가 어렵다.

하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다양한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시장으로서의 중국 뿐 아니라 중국과의 관세가 철폐되면서 중국 공산품이 한국을 무역허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중계무역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양국의 경제협력 확대는 남북간의 정치적 긴장감 완화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중국과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 전통적 우방들과의 관계서 긴장감이 형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20여곳 제주지역 농민단체가 24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2014.10.24/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업경영인 제주도연합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등 20여곳 제주지역 농민단체가 24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2014.10.24/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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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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