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기네스북 '눈앞', 요르단 사막의 한전 오아시스

[르포]기네스북 '눈앞', 요르단 사막의 한전 오아시스

암만(요르단)=우경희 기자
2014.12.10 07:00

세계최대 한전 요르단 IPP3 디젤발전소 현장을 가다

요르단 암만 IPP3 발전소 외관. 내부에는 38기의 디젤발전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요르단 암만 IPP3 발전소 외관. 내부에는 38기의 디젤발전기가 나란히 설치돼 있다.

요르단은 중동에 속하면서도 석유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수도 암만 역시 풍요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척박함이 온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도시 전체가 무채색이다.

하지만 요르단 정부는 최근 정보통신산업 등을 기간산업으로 하는 경제발전계획을 착착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생산을 위한 발전 인프라 구축이 당연한 선결조건이다.

글로벌 IPP(민자발전사업)의 유형은 두 가지다.

발주하는 나라에 돈이 없는 경우와 돈은 있지만 기술·인력이 없는 경우다. 요르단은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전력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요르단 수도 암만서 한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 우뚝 선 한전 IPP3 디젤발전소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태어났다. 양이나 염소 정도가 풀을 뜯던 황무지에서 이제는 요르단 경제의 동맥이 뛰고 있었다.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자금이 부족한 요르단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전력산업 민영화였다. 전력시장이 열리면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 전력산업 선진국들이 앞다퉈 요르단에 뛰어들었다. 현재 한전의 요르단 내 설비점유율은 3위 수준(3992MW 중 946MW)이다. 그러나 '내실'을 기준으로 한 순위는 그보다 훨씬 높다는 게 한전 측의 자부심 섞인 설명이다.

◇세계 최대 디젤발전소, '기네스북' 등재 눈앞=암만 발전소는 암만 동쪽 약 30km지점, 그야말로 황무지 위에 지어졌다.

동서 국경과 인프라를 기준으로 정확한 중간지점이다. 북쪽의 시리아와 남쪽의 이집트와도 접근성의 균형을 맞췄다. 지척에 미국 업체가 지은 IPP 1호기 발전소가 있다. 배영진 한전 암만법인장은 "기존 송배전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전 암만 IPP3에서는 발전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기터빈도, 원료를 나르는 컨베이어벨트도 볼 수 없다. 디젤엔진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디젤발전소이기 때문이다. 대신 대형 컨테이너 크기의 디젤발전기(15MW) 38기가 끝없이 늘어선 장관이 연출된다. 연료로 꼭 경유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동의 에너지원 중 가장 저렴한 것이 가스고 그 다음이 중유, 경유 순이다. 한전의 IPP3은 가장 저렴한 중유와 가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가스를 쓸 경우 전력 최고생산량이 더 확대(중유 572.86MW, 가스 573.53MW)된다. 배 법인장은 "경유까지 총 3개의 연료를 사용할 수 있어 요르단의 연료현실을 가장 잘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 발전용량만 570MW대다. 보통 원전 한 기의 절반 수준이지만 디젤발전소 중에는 세계 최대다. 종전 세계 최대 디젤발전소는 380MW인 브라질의 수아페II(Suape II)였다. 한전은 올 연말 이를 기네스북에 등재할 예정이다.

발전소 내부.
발전소 내부.

◇'한전' 이름값 떼고 수익성 내세워 자금조달=한전이 요르단 IPP3 발전소 입찰에 참여한 것은 2011년 10월 27일이다. 종전 알카트라나(373MW)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다 최저가격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여의 지리한 협상이 이어졌다. 이듬해 9월 24일 계약서에 최종 서명했다. 다음엔 자금이 문제였다. 은행에선 약 200여가지 조건을 걸었다. 수익성 최종 확인 후 돈이 나왔다. 2013년 3월이었다.

그 한 달 전인 2013년 2월엔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엔진이 아카브 항에 도착했다. 엔진 하나가 300톤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바퀴가 100개 달린 특수 트럭으로 아카브항에서 현장까지 350km를 옮기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같은 해 4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 3월 말 발전단계까지 건설을 마무리했다. 현재 상업운전이 시작됐으며 준공식은 내년 봄에 예정돼 있다.

배 법인장은 "IPP3 디젤발전소는 알카트라나와 사우디 라빅, UAE 슈웨이핫에 이어 네 번째로 중동에서 수주한 프로젝트"라며 "야구로 치면 4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며 세계 발전업계가 한전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특히 IPP3 수주 과정에서는 한전 본사의 보증이 전혀 없었다. 프로젝트 수익성만을 인정받아 자금의 75%를 국제은행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차입했다.

수익성도 뛰어나다.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전기요금이 비싼데다 한전은 요르단 전력공사와 25년간 전력수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연료비 변동, 물가변동 등은 요금에 반영하는 등 전기료 지급보증도 받은 상태다.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갖춘 셈이다. 한전은 현지 사정 상 정확한 수익률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본 회수가 8년 정도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발전기 운반 장면/사진=한전
발전기 운반 장면/사진=한전

◇38마리 철마 굉음, 요르단 블랙아웃 막아=상업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IPP3 발전소는 이미 두 차례나 요르단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막았다. 전력 최대 수요기인 7월 요르단 정부의 긴급한 전력공급 요청이 들어와 두 차례 발전소를 가동했다. 총 38기 발전기 중 18기 정도만 돌렸는데 블랙아웃의 고비를 넘었다. 발전량은 물론 전력계통과의 안정성이 확보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르단 전력수요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리아 등 주변국의 정세불안에 따라 난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기본적인 전력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은 가전제품이나 문화시설의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의 지속적인 수익창출은 물론 현지서 추가적인 프로젝트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

요르단 전력수요 증가 현황/자료=한전
요르단 전력수요 증가 현황/자료=한전

한전 IPP3 발전소는 요르단 내 고용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요르단의 중견공무원 월급이 한국 돈 100만원 안팎인데 IPP3 기술인력 평균 월급은 그 두 배 이상인 200만원 안팎이다. 기술직이 아닌 일반직에게도 공무원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발전운영 기술인력을 현지인으로 100명 이상 채용한 상태다. 총 사업 종사 현지인원은 150명 정도 된다.

발전소 내부에는 귀를 찢을 듯 한 굉음과 함께 발전기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설명에 나선 김준성 기계부장은 "요르단 내 여타 발전소의 고장정지율이 최대 10%에 이르는데 비해 한전의 발전소들은 고장정지율이 4% 이내"라며 "안정된 운영을 바탕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이 한전 발전소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통제실에서 설비를 점검하는 현지 직원들/사진=한전
통제실에서 설비를 점검하는 현지 직원들/사진=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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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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