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에서 또 다시 상징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스위스 국민들은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에서 국가연금 지급액을 10% 늘리자는 법안을 부결시켰다. 반대 의견은 전체 투표자의 59.4%를 차지했다.
연금 모범국가로 꼽히는 스위스는 국가연금과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3종류의 연금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스위스 노총은 저소득층을 위해 국가연금 수급액을 올려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주도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들은 ‘당장의 과실’을 따먹는 걸 거부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의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연금 수급액을 늘릴 경우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합리적인 판단도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4월 총선 이후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총선 공약으로 국민연금의 공공투자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공공투자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까지 운영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위는 지난 19일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투자자산군 신설 등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해 특위는 보도자료에서 “한국노총이 국민연금 공공투자를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국민연금기금 윤리강령은 “위원 및 직원은 개인이나 소속 기관의 이익보다 기금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을 위해서다.
국민연금기금의 독립성은 국민연금 안정성을 위한 마지막 보루다. 국민연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방향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스위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두고 외신들은 일제히 “국민들이 ‘고맙지만 사양하겠다’(No, Thanks)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우리 국민들도 공공투자를 늘려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그들만의’ 정책협의를 고맙지만, 사양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