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고차방정식 된 통화정책

[우보세]고차방정식 된 통화정책

구경민 기자
2018.06.27 08:38

지난 19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 후 처음 가진 출입기자와의 오찬 간담회.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4년간보다 연임 100일이 막 지난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라고도 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완화’ 방향이 뚜렷했던 지난 4년과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는 의미였다. 첫 임기 동안 한은은 금리를 5번 연속 인하했다. 그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 성장을 전망하며 금리를 한차례 올려 추세가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올 들어 통화정책을 펴기 녹록치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를 높인 뒤 연내 두 차례 더 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이 금리를 한차례라도 올리지 않으면 미국과의 금리차는 1%포인트로 벌어진다. 긴축발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당장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인 14일부터 22일까지 7거래일간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1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순매도로 돌아선 2월부터 6월22일까지 5조4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채권시장의 양상은 다르지만 신흥국 경제 위기, 미국발 무역갈등 등 굵직한 변수들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된 상태다.

기준금리를 올리기엔 국내 여건도 좋지 않다. 5월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였다. 이런 고용쇼크 상황에 수출도 불안하다. 4월에 일시 감소한 데 이어 6월 1~20일도 소폭 줄어들었다. OECD와 통계청의 경기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1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부담요인이다. 기준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되는 물가는 아직 명분을 줄 정도는 아니다.

이처럼 통화정책 운용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한은이 스탠스를 잡기도 쉽지 않다. 시장의 반응 역시 한은의 고충이 담겨 있다. 외환시장에선 “최근 한은에서 나오는 메시지가 모호해졌다”면서 “금융시장이 혼란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연내 인상은 없을 것이란 예상과 한번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맞선다. 시기도 7월, 8월, 10월을 놓고 또 갈린다. 그만큼 고차방정식이 됐다는 의미다. 이런 딜레마에서 시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경로 제시를 명확하게 하는 것, 한은의 책무이자 운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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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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