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개입에도 가파른 환율 하락…"필요시 안정 조치"

구두개입에도 가파른 환율 하락…"필요시 안정 조치"

세종=유선일 기자
2020.12.14 17:03

[MT리포트-달러가치 1000원 시대]

[편집자주] 원화 가치가 2년6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위안화나 엔화 가치보다도 상승세가 가파르다. 기업들은 수출을 해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경제에 그림자를 드리운 환리스크와 외환 당국의 대응을 점검한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0.12.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공동취재사진) 2020.12.08. [email protected]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 안정을 위해 언제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

지난달 1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 겸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 말미에 “안건과 별개로 한 말씀 덧붙이겠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지난달 16일 이미 외환당국 구두개입이 있었음에도 사흘 만에 홍 부총리가 다시 나선 것은 그만큼 환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 발언 영향으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1.8원 오른 1115.6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이튿날 환율은 1114.3원으로 다시 내려갔고, 12월 3일에는 수출 기업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100원대마저 무너져 1097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금과 같은 환율의 ‘급격한’ ‘한 방향 쏠림’이 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특히 환율 하락으로 한국 수출기업 채산성이 악화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는 것이 걱정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어려워진 수출이 최근에서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환율 하락이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경영 애로로 ‘환율’을 꼽은 제조업 기업 비중은 10월 6.2%에서 11월 7.7%로 높아졌다.

정부는 긴장감 속에서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은 시장에서 정해지는 것이지만, 급격한 변동으로 경제주체 적응이 어렵거나 심리적 쏠림이 있을 때에는 필요 범위에서 안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100.8원)보다 0.7원 내린 1100.1원에 개장한 1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 중 1100원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0.12.03.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100.8원)보다 0.7원 내린 1100.1원에 개장한 12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장 중 1100원이 무너진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0.12.03. [email protected]

문제는 정부 대응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환율 대응은 우선 홍 부총리 발언과 같은 간접개입(구두개입)이 있는데, 해당 사례에서 확인됐듯 단기적 영향은 미칠 수 있어도 추세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

‘환율조작국’ 이슈가 계속되고 있어 정부가 직접개입(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수·매도)에 나설 수도 없다. 미국은 종합무역법·교역촉진법에 근거해 모니터링 대상 국가가 3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투자·조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준다. 미국은 지난 1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3가지 기준 가운데 2개를 충족했다며 기존 ‘관찰대상국’ 분류를 유지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제 악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금보다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변동환율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정부가 환율에 많이 개입해서는 안 되고, 잘못하면 환율조작국 관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정부 대응이 너무 소극적인 모습도 있다”며 “구두개입뿐 아니라, 환율을 안정화한다는 차원의 미세조정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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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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