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복수의결권-정치에 발목 잡힌 '유니콘'의 꿈 ④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보유한 유니콘 기업의 수를 기준으로 1~4위인 미국, 중국, 영국, 인도는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이 늘어나고 초기상태의 대규모 벤처투자도 활발해지면서 창업가의 경영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복수의결권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기업의 주식당 의결권 수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장 시에도 복수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유지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 상장한 기술 스타트업 중 복수의결권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35.8%에 달한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보유한 'B클래스' 주식에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두 창업자는 이를 통해 지분을 11.4%만 보유하면서도 51.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페이스북, 핏빗, 고프로, 돌비 등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창업자에게 최대 10배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등이 1주당 2배 이상 의결권을 가진 주식 발행·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자동으로 의결권을 2배로 증가시키는 '테뉴어 보팅'(종신 의결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투기적 주식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스타트업들은 이를 통해 복수의결권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범 중화권은 2018년부터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발행은 가능했으나 상장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2005년 바이두를 시작으로 2014년 알리바바까지 중국의 대형 IT(정보기술) 기업이 잇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중국 정부가 제도 개정을 서둘렀다. 특히 2013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복수의결권을 이유로 상장이 거부된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고 2018년 관련법이 전격 개정됐다.
인도도 2019년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했다. 인도는 홍콩·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복수의결권 발행은 허용됐으나 상장이 불가능하던 국가였다. 그러나 창업 열풍이 거세지자 2019년부터 IT·지식재산권·바이오 등 기술스타트업에 한해 복수의결권 구조의 상장을 허용했다.
독일과 이스라엘 등은 복수의결권에 소극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전면 금지된 방식은 아니다. 독일은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상장을 모두 금지하고 있지만 1주당 1 미만 소수점 의결권을 부여하는 '부분의결권' 주식발행은 허용해 복수의결권과 유사한 효과를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복수의결권 구조에서의 상장은 금지하지만 비상장 상태에서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은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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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니콘기업 배출 수 상위권 국가들이 모두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상장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혁신성장을 위해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