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려면 LNG선 덜 팔아라"...현대重 조건부승인 가닥

"대우조선 사려면 LNG선 덜 팔아라"...현대重 조건부승인 가닥

세종=유선일 기자
2021.11.04 18:00

[MT리포트] 발목 잡힌 '메가 조선그룹'의 꿈①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10.28.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10.28.

근 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이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M&A(인수·합병)가 이르면 연내 가닥을 잡는다. 기업결합 심사권을 쥔 공정거래위원회가 빠르면 이달 중 안건을 상정키로 하면서다. EU(유럽연합) 경쟁당국 역시 늦어도 다음 달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통합시 독과점이 우려되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하 LNG선) 분야의 시장점유율을 낮추는 것을 전제로 인수가 승인될 것이 유력시된다. 이 시정조치를 이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도 EU도 조만간 결론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PG 운반선 시운전 모습/사진=한국조선해양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PG 운반선 시운전 모습/사진=한국조선해양

4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이르면 이달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한다.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내년 초에는 전원회의를 열고 인수 승인 여부 등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만들고 있으며 조만간 심의에 상정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연내에는 상정할 계획이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심의가 언제 열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을 맺었다.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로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자사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해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골자다. 산업은행은 한국조선해양의 2대 주주가 되고,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되는 형태다.

M&A가 성사될 경우 연 매출액 약 22조원(2020년 연결매출액 기준 한국조선해양 약 15조원, 대우조선해양 약 7조원)의 '메가 조선그룹'이 탄생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모두 강점을 갖고 있는 LNG선의 경우 두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약 70%로 추정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조선업계 발주량 2452만CGT(표준선 환산톤수) 중 44%에 달하는 1088만CGT(267억1000만달러, 약 31조5000억원)를 수주했다.

이번 기업결합과 관련해 공정위 심사관 차원에선 이미 수개월 전에 심사 작업을 상당 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이 계속 늦어지면서 상정 시기가 계속 밀렸다. 특히 공정위는 EU의 동향을 가장 예의주시해 왔는데, EU의 최종 결정도 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결합 심사는 총 6개국(EU 포함)이 진행했다. 이 가운데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이미 승인 결정을 내렸고 현재 한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문제는 LNG선 독과점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10.28.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1.10.28.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도 컨테이너선, 탱커, 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등의 시장에선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NG선의 경우 양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약 70%에 달해 독과점을 형성하는 만큼 시정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U 역시 공정위와 비슷한 관점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지만 한국보다 훨씬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MSC, 머스크와 같은 유럽에 몰려있는 글로벌 대형 선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일본의 경우 EU의 결론을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LNG선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의 기술력이 독보적인 수준이라 '대체 기업'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예컨대 EU 입장에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LNG선 단가를 대폭 높이더라도 글로벌 선주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용해야 할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LNG선은 운항 시 온도를 영하 163도 아래로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화해야 하는 등 건조 시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기업에 내릴 수 있는 시정조치의 형태는 크게 '행태적 조치'와 '구조적 조치'로 나뉜다. 일례로 EU가 "인수 후 일정 기간 LNG선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는 수준의 행태적 조치만 명령한다면 현대중공업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EU가 "LNG선 시장에서 독과점이 형성되니 일부를 다른 기업에 매각하라"는 식의 구조적 조치를 내린다면 현대중공업으로선 인수의 시너지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현대중공업은 EU에 △일정 기간 LNG선 가격 동결 △타사에 기술 이전 등을 제시했지만 EU는 LNG선 사업 일부 매각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이 갖게 될 글로벌 LNG선 시장점유율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1개 사업자가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갖고 있을 때 독과점으로 보는 만큼 EU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점유율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으로선 이런 시정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려워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업계의 관심은 현대중공업이 EU에 '획기적인 제3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쏠려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EU도 심사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에 있어) 다소 부정적인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현대중공업이 EU의 제안에 대해 어떤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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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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