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1. 3층 높이의 건물 외벽 공사를 하려고 고소작업대(사다리차)를 타고 올라가던 근로자가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근로자는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는 대신 아래에 있는 동료에게 "장비를 위로 던져달라"고 소리쳤다. 동료는 장비를 위로 힘껏 던졌고 이 근로자는 팔을 뻗어 장비를 잡으려다 그만 작업대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2. 고층 빌딩 밖에서 긴 줄에 매달려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줄이 끊어지는 바람에 10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이 회사는 사고 원인을 파악 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했지만, 얼마 후 똑같은 사고가 벌어졌다. 다른 건물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또 다시 줄이 끊어져 사망했다.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악한 사망사고 사례들이다. 고용부 조사관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황당한 사례들이 많았다고 했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3만5000달러를 넘는,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사고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중대재해 사건들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후진국형 사고가 지금도 똑같이 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왜 그럴까. 많은 기업들이 안전을 비용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안전을 생산의 부가적 요소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전은 근로자에게 '권리'이자 '의무'인데 이게 소홀히 다뤄져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또 근로자가 자신을 보호대상으로만 여길 뿐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하는 주체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장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안전을 위한 실천과 행동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보호구 미착용, 안전장치 제거 등 기본적 안전수칙 미준수도 사업주 책임으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산업현장에선 안전의식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현장에는 '생산' 우선 관행과 '빨리빨리' 문화가 여전하고 사회 전체의 '안전을 보는 눈'도 취약하다. 영국과 독일 등 '산업안전 선진국'은 경미한 고장이나 장애 요인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작업절차서가 있어야만 작업을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절차서가 없더라도 직관이나 경험에 의존해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생산은 우리들이 하고, 안전은 안전보건 스태프가 하는 것'이란 인식이 퍼져 있는 것 같았다"며 "이런 상황에선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에는 기업과 근로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모든 주체가 참여해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각 회사의 안전보건관리자 등 특정인들만 안전을 챙겨선 안 된다. 기업은 안전을 생산의 부가적 요소로 치부하는 생각을 버리고, 근로자는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하는 주체로 인식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안전문화가 정착돼 기업과 근로자 모두 안전을 '법과 규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화적 압박'으로 느껴야 중대재해가 줄어들 수 있다. 안전과 경영은 분리될 수 없다. 안전이 곧 경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