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우리가 알아야 할 전기요금-③

전기요금 문제의 나비효과는 채권시장으로 번진다. 한전채(한국전력 채권)는 채권시장을 흔드는 주요 변수다. 누적적자 47조원이 넘는 한국전력공사는 한전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충당한다. 한전채를 발행할 때마다 시장은 흔들린다. 나름 우량채권인 한전채가 나오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한전채 발행 축소 방침을 세워 연내 발행할 수 있는 금액을 3조원 안팎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채권 시장을 챙기다보면 한전 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적자가 지속될 경우 내년 한전채 발행에도 제약이 생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한전채 연간 발행량은 11조9300억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한전채 발행을 상반기 11조4300억원 대비 3분의 1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발행량이 최대 15조2400억원임을 감안하면 4분기 발행 가능한 한전채는 3조3100억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7200억원어치 대환 물량을 감안하면 2조원 안팎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렸지만 시장 부담을 고려해 발행량 억제 정책을 편 것이다. 한전채가 시장에 쏟아지면 채권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 신용등급과 금리가 높은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 다른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더 힘들어진다.
신용등급 AAA(트리플A)인 한전채는 국내 채권 시장에서 최고 우량주로 꼽힌다. 지난해 한전채 발행규모는 총 31조8000억원, 표면금리는 최고 6%에 달했다. 국채와 다름없는 한전채가 높은 금리로 발행되자 시중 자금은 모두 한전채로 쏠렸다.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대두된 가운데 한전채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다른 기업들은 차환할 자금조자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전채 발행의 기준이 되는 재무 상황까지 적자 지속으로 악화되면 발행한도도 쪼그라든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은 전년 실적을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올해 발행할 수 있는 한전채는 104조6000억원이며 9월 말 한전채 발행 잔액은 68조4500억원이다.
문제는 올해 약 7조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적립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 전망대로 7조원의 영업손실이 나면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가 약 14조 원으로 감소해 내년엔 한전채를 약 70조원까지만 발행할 수 있다. 4분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신규 한전채 발행을 통한 '빚 돌려막기'도 어려워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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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한전채 발행한도를 높일 수 있도록 연내 한전법 개정이 필요하단 주장도 나오지만 국회가 한전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확대한 건 불과 1년도 안 됐다. 한전채 발행한도 추가 확대가 회사채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것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