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빠져 죽을뻔 해도 '레벨업' 자신감…소방관이 된 선생님

맨홀 빠져 죽을뻔 해도 '레벨업' 자신감…소방관이 된 선생님

김온유 기자
2024.08.12 05:40

[우리동네 소방관]⑤서윤원 소방사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서윤원 소방사가 교사로 근무할 당시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서윤원 소방사가 교사로 근무할 당시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40대에도 학생들과 재미있게 소통하며 교직생활을 할 수 있을까."

10년간 교편을 잡았던 경기 고양소방서 원당119안전센터 소속 서윤원 소방사( 42세)의 발목을 잡은 고민이다. 그는 "젊을 땐 학생들과 마음도 맞고 소통하는게 너무 재미있지만 40대가 넘어서도 학생들과 지금처럼 소통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서 소방사는 10년간 기간제 교사로 근무했다. 총신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2011년부터 2020년 초까지 서울과 경기를 오가며 교편을 잡았다. 특히 방송반을 맡아 학생들과 영상도 찍는 등 교실 밖에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려고 노력했다. 과목을 영어로 택했던 이유도 학생들과 다양한 주제의 지문들을 다루며 활발하게 토론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교직에 열정적이었던 그가 소방관이란 새로운 직업을 꿈꾸게 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서 소방사는 "저는 사람 대하는 걸 좋아하고 남들을 만족시킬 때 기쁨을 얻는 성격"이라고 소개한 뒤 "교직이 나에게 딱 맞는 직업이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언제까지 교사 면접을 보러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벽에 부딪힌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무엇인가 다른 직업들에 관심이 생기고 끝없는 호기심이 밀려왔다"고 했다.

이에 그는 수많은 학생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던 교직 생활을 되돌아보며 이런 직업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찾은게 소방관이었던 셈이다. 그는 "소방관과 교사가 사람들에게 박수와 격려를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지금까지 학교 내에서만 정적으로 일했다면 이젠 밖에 나가 시민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윤원 소방사가 교사로 근무할 당시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서윤원 소방사가 교사로 근무할 당시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영어교사였던 그는 소방관 시험도 단기간에 합격했다. 영어와 국어, 한국사 등 임용고시 때 준비했던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움은 2020년 입직한 후 닥쳤다. 수평적이었던 학교사회에서 벗어나 수직적인 소방조직에 적응해야 했던 것. 게다가 현장에서 매번 팀으로 활동하는 소방관은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공유해야 했다. 최근까지 경방(화재진압)으로 활동했던 서 소방사는 현장에서 2~3인 1조로 활동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화재 현장을 둘러보는 작업부터 내부로 들어가 사람을 구조할지 외부로 화재가 확산되는 걸 막을지 등 모든 상황에 대한 대처를 팀원들과 함께한다"며 "개인적인 직장생활을 하다 조직 생활로 새롭게 적응해나가는 과정들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적응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서 소방사는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도 겪었다. 비가 쏟아지던 날 쓰러진 나무를 치우기 위해 출동했다가 맨홀에 빠진 것이다. 분명 맨홀 뚜껑이 완전히 덮여있는 걸로 보였는데 밟자마자 몸이 떨어져 구멍에 몸이 끼었다. 구조대가 와서 수분만에 나오긴 했지만 몸이 돌아가지 않았고 바로 이송돼 확인해보니 갈비뼈가 3개나 부러졌다.

그는 "위험해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는 예상할 수 없단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됐다"고 회고한 뒤 "오히려 이론으로만 들었던 위험감지능력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동료들이 배려해줘 충분히 쉬고 있고 많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얼른 치료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편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처럼 동료 소방관들에게 강의를 해보고 싶단 포부도 밝혔다.

서 소방사는 "사람들이 만족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구조활동을 했을 때 시민들이 보내는 감사의 눈빛에서 수업을 잘 준비했을 때 학생들이 좋아해주던 모습이 떠오른다"고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소방관 퇴사율이 높은데 어떻게 하면 직장과 가정에서 행복할 수 있고 이 직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강의로 전달해보고 싶다"며 "소방관의 행복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당시 통역 지원을 나갔을 때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지난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당시 통역 지원을 나갔을 때 모습/사진제공=서윤원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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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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