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마음의 불'도 끄는 구급대원…"시민 지키는 게 사명"

음악으로 '마음의 불'도 끄는 구급대원…"시민 지키는 게 사명"

김온유 기자
2025.08.23 07:00

[우리동네 소방관]⑫박찬욱 소방교

[편집자주] 119안전센터 신고접수부터 화재진압과 수난구조, 응급이송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이 위기에 처한 현장엔 언제나 가장 먼저 달려온 소방대원들을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선 히어로(영웅)같은 역할을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친근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생활인이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 인생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우리동네 소방관들을 만나봤다.
2024년 대전 0시축제 당시 박찬욱 소방교의 단독공연 사진/사진제공=소방청
2024년 대전 0시축제 당시 박찬욱 소방교의 단독공연 사진/사진제공=소방청

응급현장에서 생명을 지키고 때론 음악으로 소통해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소방관이 있다. 대전서부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구급대원이자 중앙소방악대·대전소방악대에서 활동 중인 박찬욱(33) 소방교다.

박 소방교는 "구급차에 오를 때마다 현장에는 정답이 없다고 느낀다"면서도 "위급한 순간, 시민을 지키는 게 제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매순간 어제보다 나은 구급대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 소방교는 간호사였다. 간호사로 일하다 우연히 마주한 사고 현장이 그의 인생 경로를 바꿔 놓았다. 교통사고로 시민이 차에 깔리고 아수라장이 된 도로의 사고 현장이었다. 박 소방교는 당장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시민의 생명이 위태롭다는 판단에 응급 처치를 진행한 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에게 무사히 상황을 인계했다.

그는 "도로가 피범벅이 될 정도로 현장이 참혹했다"며 "잔인하고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여하는 구급대원의 모습이 숭고하다고 느꼈다"고 입직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구급대원의 삶은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평탄하지 않았다. 자살 신고 현장을 다니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지금도 비슷한 현장을 마주할 때면 가끔 당시 기억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럼에도 환자가 먼저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신고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 민간 심리상담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구급대원으로서 단순한 처치를 넘어 시민들의 마음도 살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좋아하는 음악으로도 시민들과 소통한다. 박 소방교는 중앙소방악대와 대전소방악대에서 활동한다. 비번일 때 소방관 영결식, 각종 지역 축제, 국가기념일 행사, 시민 문화행사 등 여러 행사에 클라리넷 연주자로 참여한다. 그는 "음악은 말보다 더 진하게 마음을 울린다"며 "연주자이기 전에 소방관으로서 그런 감정을 시민들과 나누는 것이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특히 "참혹한 현장의 기억을 이겨내려면 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밖에 없다"며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따고 소방악대 연주자로 활동하는 것도 시민들에게 이런 마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급대원들의 피로도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의정갈등 장기화와 전공의 부족으로 응급실 이송 거부 사례가 크게 늘었다. 박 소방교가 근무하는 대전만 해도 종합병원이 9개나 되지만 환자 수용이 안 돼 타 지역으로의 이송이 빈번한 상황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구급대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며 "사람의 삶과 직결되는 직업을 가진 만큼 깊이있는 처치를 제공하기 위해 석박사 취득 등 연구와 학습에도 정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전서부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박찬욱 소방교/사진제공=소방청
대전서부소방서 119구급대 소속 박찬욱 소방교/사진제공=소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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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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