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개혁의 핵심인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농협법 개정안)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2일 입법 공청회를 열었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다. 상반기 내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등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지면서 개혁 작업도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농협법 개정안 입법 공청회와 법안소위, 전체회의를 잇달아 개최했다.
이날 법안소위에는 농협법 개정안 9건과 농어업회의소법안 7건 등이 함께 상정됐다. 당초 정부와 여권 안팎에서는 이날 소위 문턱만 넘으면 사실상 '7부 능선'을 넘는 것으로 평가했지만 농협법 개정안 논의는 공청회 단계에 머물렀다.
이후 회의는 농어업회의소법안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농협법 개정안은 전체회의 안건에도 오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농협 관계자들의 공청회 참석 제한 등에 반발하며 회의에 불참했다.
소위에 앞서 진행된 공청회에서도 찬반 의견이 맞붙었다. 반대 측은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정부 감독권 확대 등이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진산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 국장은 "법체계의 정합성과 기본 원리, 안정성에서 벗어난 개정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발생시킨다"며 "농협의 경우 기능과 역할이 위축돼 농업·농촌과 농업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은 "임기응변적 땜질식 법 개정은 법체계와 내용의 정합성을 저하하고 안정성을 훼손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반면 찬성 측은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농협개혁추진단 공동단장)는 "조합원과 국민의 압도적 다수는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농협의 미래는 기득권 유지가 아니라 농업인과 조합원을 위한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을 둘러싼 농협 내부 반발은 적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지난달 9~10일 전국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871명 가운데 90% 이상이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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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열린 조합장 간담회와 권역별 설명회에서도 직선제 도입에 따른 선거 과열과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 농협 조합장들의 반대 의견도 정치권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농협 조직이 지역 표심과 연결된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여야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높은 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과 한국갤럽이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조합원과 일반 국민 20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조합원 94.5%, 일반 국민 95.1%가 농협 개혁 필요성에 찬성했다.
이날 논의가 무산되면서 농협법 개정안은 하반기 국회 원 구성 이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는 경제사업 구조 개편과 조합 제도 개선 등을 담은 '2단계 농협 개혁안'을 다음달 마련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단계 개혁 과제도 최대한 속도감 있게 검토할 계획"이라며 "농협 개혁이 중단되지 않도록 후속 논의와 입법 준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