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서 못 누린 대학생활 마음껏 즐겨

1978년생. 1997년 단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서 2007년에 졸업. 그런 그가 2026년에 일명 ‘26학번’으로 다시 대학교에 입학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97학번이라면 교수가 더 어울리지 않느냐” “30년이나 어린 후배들이 친하려고 들겠느냐” “대학생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
하지만 배우 하지원은 이 모든 세간의 평가와 예상을 우습게 딛고 올라가 주가를 높이고 있다. 단지 새로운 대학생활이 화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두 번째’ 대학생활을 통해 연기를 하느라고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첫 번째’ 대학생활의 아쉬움을 마구 풀어내고 있다. 23년 만에 음악방송도 나가고, 무려 30년 만에 대학잡지 표지모델도 됐다.
그가 지난달 30일 오른 MBC ‘쇼! 음악중심’의 무대는 빠르게 200만 뷰를 넘었다. 2003년 영화 ‘역전에 산다’에 출연했다 홍보차 잠깐 불렀던 싸이의 노래 ‘홈런’을 재해석해 불렀다. 자신이 출연 중인 JTBC 디지털 스튜디오의 웹 예능 ‘26학번 지원이요’ 촬영 중 기안84와 강남이 주장하는 ‘홈런’의 재등장 요구 영상이 120만 뷰를 넘으면 무대에 서겠다는 공약의 일환이었다. 누리꾼들은 이 영상도 빠르게 160만을 넘겨줬다.

항상 자신에게 “흑역사”라고 주장하는 영상이고, 23년 전 출연 당시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하지원의 모습은 프로였다. 23년 전 정서를 가진 노래를 놓고 23년 전 모습과 유사한 하얀 크롭탑과 통 큰 바지 그리고 안무도 바꿔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온라인에서는 아이돌 화장을 한 배우 하지원에 대한 외모와 자기관리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내친김에 하지원은 이번에는 대학생 잡지 ‘대학내일’의 표지에도 도전했다. 지난 1일 나온 ‘대학내일’의 표지 모델이 됐다. 1997년 입학 당시에, 2002년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도 모델을 했지만, 이번에는 24년 만의 도전이었다. 뭐든 도전했다 하면 20년이 넘어가는 이 여배우의 도전은 아무렇지 않아서 놀랍고, 그 결과물도 전혀 위화감이 없어서 놀랍다.
그런 모습에 후배 장근석도 ‘미담 아닌 미담’을 더했다. 과거 2006년 드라마 ‘황진이’에서 신인으로 등장했던 장근석은 당시 주연이었던 하지원이 극 중 첫 번째 키스신의 상대였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첫사랑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안 그래도 오르는 하지원의 주가는 ‘아시아 프린스’의 ‘샤라웃’으로 조금 더 오른 셈이 됐다. 2026년의 연예계가 1996년에 데뷔한 배우에게 흔들리는 셈이다.

하지원의 이러한 주가 상승에는 ‘26학번 지원이요’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3월19일 처음 공개된 이 예능은 경희대 조리&푸드 디자인학과에 26학번으로 입학한 하지원의 유튜브 첫 도전을 다루고 있다. 30년 만에 바뀌어버린 대학생활과 대학문화 그리고 요리라는 새로운 영역에 뚝딱거리는 하지원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는 이내 학교생활에 적응해 동기들을 사귀고 응원단에도 가입하고 미팅도 하는 평범한 일상에 젖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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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들보다 30년이 나이가 많지만 트렌드가 떨어지거나 나이가 많음을 전혀 알 수 없는 그의 무해한 모습은 오히려 경외감으로 다가왔다. 그렇다 보니 그가 어떤 분야에 도전하더라도 보는 이들에게 저항감이 없어진다. 그래서 음악방송도 나오고, 잡지 화보도 찍고 후배의 ‘샤라웃’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지원의 배우로서의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1996년 학생 시절 학원물로 데뷔한 그는 초반에는 로맨스보다는 다양한 장르물에서 두각을 보였던 배우였다. ‘가위’ ‘폰’ 등의 공포 영화, ‘색즉시공’ ‘내 사랑 싸가지’ 등 코미디 영화, ‘형사 Duelist’ ‘1번가의 기적’ 등 액션물에도 적합했다. 드라마에서도 ‘다모’나 ‘황진이’ 등 사극 그리고 ‘발리에서 생긴 일’ ‘시크릿 가든’ 등 로맨스. ‘병원선’이나 최근의 ‘클라이맥스’ 등 장르적 특성이 강한 작품 등 어디에나 어울렸다.
이렇게 장르를 자유자재로 갈아타는 일은 부단한 노력과 배우가 가진 자체의 능력 그리고 다가오는 장르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않는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이다. 하지원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30년 동안 매번 새로운 도전에 자신을 내맡기면서 그대로 성적도 준수하게 내는 단단한 필모그래피의 배우였던 셈이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활동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앞서 밝힌 이러한 연기 작품뿐 아니라 그는 가수 왁스의 뮤직비디오 ‘오빠’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무대에도 올랐으며, 최근 화제가 된 ‘홈런’의 무대도 꾸몄다. 거기에 빼지 않고 각종 예능에 나서고, 필요하다면 30년 어린 친구들과 대학생으로 만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젊은 층이 가지는 40대 후반에 대한 가장 ‘판타지’스러운 이미지의 집합체인 것이다.
예전의 40대가 지금의 40대가 아닌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각종 의료기술과 생활양식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기본적으로 건강이 담보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세계인이 놀랄법한 ‘동안’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40대 후반의 하지원이 20대 학생들 사이에서 무리 없이 섞이고, 오히려 주목을 받는 일은 쉽지 않다. 이는 결국 하지원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이러한 상황을 잘 통찰한 제작진의 승리일 수 있다.
하지원은 이렇게 3월부터 야금야금 온라인의 화제성을 하나둘씩 섭렵하며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섰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렇게 대중의 곁에 있는 것이 연예인의 특권이며 또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 노력의 시간이 여실히 보이는 하지원의 모습은 ‘연예인’은 과연 어떠해야 하는가를 몸소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신윤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