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당신이 잠든 사이에

[기고]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
2010.03.02 07:47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
김상돈 서울메트로 사장

어린시절 어머니는 성실한 농사꾼이 많던 우리 마을에서도 부지런하기로 유명하셨다. 가난한 농부의 아내가 많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신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으셨을 것이다.

`쨍쨍돴 공기 중에서 쇠그릇 부딪히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캄캄한 겨울 새벽, 어머니가 아침상을 챙기시는 소리에 우리 집의 아침은 언제나 남들보다 빨리 시작됐다.

가족들이 잠든 사이 남몰래 수고하시는 어머니가 계셨기에 우리 가족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우리 집도 우리 사회도 형편이 많이 좋아졌다. 새벽잠을 설치지 않아도 뜨거운 국과 밥이 배달돼 오고 새벽 첫차를 타고 학교에 가기 위해 몇 십리를 걸어 갈 일도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모두가 잠든 새벽,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하루를 준비할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지금도 그 옛날 어머니의 마음으로 우리들의 아침상을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얼마 전 모 방송사의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는 새벽 2시부터 동이 틀 무렵까지 도시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온 적이 있다.

전날 밤 술꾼들로 불야성을 이뤘을 먹자골목부터 집집마다 연탄재가 켜켜이 쌓여 있는 달동네, 쓰레기들로 여기저기 어지러운 공원까지 서울시내 곳곳에 쌓여있는 쓰레기를 환경미화원들과 치우는 동안 온 몸은 땀으로 젖어들었다.

날짜 모르고 나와 있는 재활용쓰레기와 규격봉토를 사용하지 않은 불법폐기물에 경고 스티커까지 발부했다. 이어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음식물 쓰레기까지 치우고 나니 영하10도의 날씨에도 온 몸은 후끈거렸다.

이날의 청소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아침 출근길 깨끗이 치워진 길을 걸으면서도 그 길을 청소했을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하면 많은 이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다. 어둠이 짙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은 또 있다.

새벽 5시 30분 첫 차를 운행하기 위해 새벽 4시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지하철 기관사들, 새벽 1시 운행을 끝내고 기지로 입고되는 전동차를 꼼꼼히 정비하고 청소하며 다음운행을 준비하는 사람들, 새벽 이른 시간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지하철 안전운행을 체크하며 관제소를 지키는 사람들, 24시간 고객센터를 지키는 상담원들까지…

서울메트로의 수많은 새벽일꾼들도 누구보다 바쁜 새벽을 보낸다.

그들은 시민들이 말끔한 모습으로 출근하는 아침, 꾀죄죄한 모습으로 퇴근하곤 한다. 모두가 하루를 마감하며 잠자리에 들 시간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며 생생하게 깨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어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언제나 서울시민의 충직한 발이 되어주는 서울메트로 사람들, 그리고 내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다른 이의 따뜻한 아침을 준비하며 구슬땀을 흘릴 모든 이들에게 오늘은 내가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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