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년 철도 독점깨는 KTX 민영화 '정치역풍'맞나?

113년 철도 독점깨는 KTX 민영화 '정치역풍'맞나?

전병윤 기자
2012.01.17 04:05

[KTX 민영화 논란 8문8답]

[편집자주] '고속철도(KTX) 민영화'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KTX 민영화를 통해 기존 코레일의 113년 철도 독점체제를 깨면 요금 인하와 서비스 개선으로 국민들의 혜택이 늘어난다는 정부의 주장과 민간사업자 진출은 필연적으로 요금인상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코레일의 반박이 한 치의 양보 없이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KTX 민영화는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총선일정과 맞물려 정치권의 가세로 본질과 무관한 정치적 '수읽기'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에 추진 배경과 이로 인한 파급효과 등 KTX 민영화의 핵심 쟁점 8개를 문답풀이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쟁점1. KTX 민영화 왜 하나?

'KTX 민영화'란 사업명칭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다. KTX 민영화 방안을 보면 철로 등 시설물은 여전히 국가 소유다. 다만 선로를 이용해 승객을 운송, 수익을 얻는 운영권을 일정기간 민간에 허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코레일도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인천공항 매각이나 공공기관 민영화처럼 소유권이 넘어가는 구조와 다르다.

철도운영권에 민간이 들어와 경쟁할 경우 독점체제를 향유해온 코레일의 구조조정을 유도,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자극제가 될 것이란 게 국토부의 논리다. 이런 이유로 이전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시절부터 추진된 점을 강조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2003년) △철도구조개혁 기본계획 수립(2004년) △철도사업법(2005년)을 제정하면서 이미 철도 운영사업자의 민간 진출을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인력양성이나 차량 준비, 열차운행계획 수립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최소 2~3년 걸리기 때문에 2015년 개통되는 수서 출발 고속철도를 새로운 철도운영자가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지금이 최적기라고 강조한다.

반대하는 측에선 재벌기업들의 진출은 철도서비스의 공공성 훼손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밀어붙인다는 점을 우려한다. 민영화의 의도가 수익노선에 대해 재벌들에 특혜를 주려는 일종의 '꼼수'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쟁점2. KTX 민영화 구간은 어디?

정부의 방안은 2105년 개통 예정인 수서에서 출발해 각각 부산과 목포로 향하는 경부·호남선 KTX 운영권을 민간에 넘긴다는 것이다. 수서에서 평택구간이 새로 놓이면 민간사업자가 경부와 호남 KTX를 운영하는 구조다.

따라서 부산과 목포로 가는 새로운 철로가 생기는 게 아니라 평택 이후부터는 서울역 등에서 출발하는 기존 코레일의 KTX와 같은 선을 이용, 승객을 유치하는 경쟁구도로 바뀐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KTX 민영화 구조와 가장 비슷한 사례는 민간 고속버스회사다. 버스회사는 국가가 깔아놓은 고속도로망을 활용해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얻기 때문에 KTX 민영화와 유사한 형태를 띤다.

서울-부산구간 고속버스회사의 국가 독점체제가 민간경쟁으로 전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쟁점3. 알짜노선, 특혜시비 없나?

현재 코레일은 KTX를 빼면 일반철도나 물류철도 등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KTX가 유일한 수익노선이다. 코레일 측은 공공성으로 인한 적자구간의 손실을 KTX를 통해 벌충해왔으며 결국 민간사업자에 수익노선만 떼주는 건 특혜라는 주장이다.

국토부도 일부 시인한다. 다만 KTX 운영사업자로부터 시설사용료 명목으로 운임수입의 일정부분을 회수하기 때문에 특혜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한다.

여기에 신규노선에 대해서도 반대가 극심한 상황에서 기존노선의 개방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현실도 있다.

흑자를 내는 KTX를 굳이 민간에 매각할 필요가 있냐는 논란의 여지도 있다. 정부의 셈법은 다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고속철도 건설부채는 11조7000억원(전체 완공시 18조6000억원)으로 매년 4000억원을 웃도는 이자가 발생한다.

코레일이 2010년 4342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하지만 부채의 이자비용 4627억원을 감안하면 되레 285억원 적자를 봤다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쟁점4. 요금 20% 인하 가능한가?

민간사업자는 요금을 내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적자노선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다. 더구나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사업에 초기투자 비용 부담없이 참여하기 때문에 가볍게 출발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요금 수준보다 20% 낮아질 것이란 교통연구원의 분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코레일 측은 "교통연구원은 수입을 과다계상하고 비용을 과소산정해 이익을 부풀린 것"이라며 "과거에도 이같은 예측 오류가 있었고 내부에서도 자체 검토자료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코레일의 고비용구조가 요금인하의 발목을 잡는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정부가 운영하는 채용정보 사이트 '잡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평균연봉은 5417만원으로, 전체 공기업 평균(5710만원)과 비슷했다.

그러나 코레일이 적자노선에 대해 매년 세금을 지원받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쟁점5. 외국은 어떻게 운영하나?

외국 사례는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일본은 시설투자와 운영을 통합해 민간사업자에 개방했다. 지역별로도 민간사업자들이 고속철도와 일반철도를 혼합해 운영한다. 정부 방안은 유럽처럼 운영권만 민간에 주는 방식이다. 영국은 국철구간을 쪼개 시설을 매각하는 방식이어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

고용석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영국의 경우 민간 개방 이후 17년간 50%가량 요금이 오른 사례를 드는데, 그렇더라도 물가상승률과 엇비슷한 수준"이라며 "특실의 요금인상률이 높은 점을 일반요금과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매년 물가상승률 이하로만 요금을 올리도록 하고 있어 철도운영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쟁점6. 코레일 반발 왜?

민영화를 반대하는 코레일은 동일노선의 복수경쟁에 따른 안전성 위협 등을 명분으로 내건다. 여기에 당초 정부가 KTX에 대한 수요예측을 잘못하고선 모든 책임을 코레일에 떠넘긴다는 불만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당초 시설사용료로 운임수입의 31%만 내면 철도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건 정부의 과다수요 예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간사업자 진출에 따른 구조조정 압박도 코레일로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시민단체나 정치권도 정부의 민영화 추진은 반대하면서도 코레일의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쟁점7. 적자노선 어떻게?

풀어야 할 숙제다.

KTX 수익이 줄어드는 만큼 공공성을 가진 적자노선은 더욱 부실화되고 국민의 세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영화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철도구조 개혁을 통해서든, 민영화를 통한 방법이든 적자폭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가장 좋은 해법은 '경영효율'이며 정부의 민영화 방식은 장기적으로 운임상승과 철도공사의 부채 해결 대책이 없어 시민들과 합의를 통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8. 철도민영화, FTA 발표 이후 문제없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KTX 민영화 이후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자칫 되돌릴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FTA의 역진방지(래칫) 조항에 걸린다는 것이다. FTA 이후 민간 개방화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민간사업자에 일정기간 운영권만 부여하는 구조인데다 한·미 FTA에 규정된 철도운송산업 관련 유보안에는 운영권의 허용 여부가 전적으로 국토부의 정책결정사항으로 적시된 만큼 래칫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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