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성 없다" 삼성물산 포기, 中녹지그룹 협상도 난항
- 추가투자자 유치 성과없어…"일단 부지조성 착공 먼저"
- JDC "사업성 부족" 인정…시민단체 "땅 장사 그만하라"

"제주 헬스케어타운은 현 시점에선 사업성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업성만 있다면 (투자자들은) 알아서 몰려들겠지만, 층수제한이나 용적률 등이 묶여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유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동북아 의료관광 중심지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제주 헬스케어타운(이하 헬스케어타운)' 사업이 지난달 부지조성 공사에 착수했지만 정작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여파로 국내 주요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데다, 대안으로 나선 중국 부동산개발회사마저 과도한 조건을 요구하면서 투자협상이 지지부진해서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고 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할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마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예비투자자들과의 협상에서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해외 영리병원 등 국내·외 투자자 유치 총력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은 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6대 핵심프로젝트 사업 중 하나다. 제주 서귀포시 동흥·토평동 일대 153만9000㎡ 부지에 784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오는 2015년까지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사업지는 3.3㎡당 15만원에 매입했으며 지난해 12월 착공한 1단계 부지조성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곳에 해외 영리병원 등 1조5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사업을 주관하는 JDC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헬스케어센터, 전문병원, 메디컬리조트, 의료R&D센터 등을 지을 계획이다. 현재 한국건설사와 병원, 중국 부동산개발회사가 참여한 서우·중대지산컨소시엄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 컨소시엄은 전체 헬스케어타운 부지 중 약 30%인 44만9000㎡에 467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안을 JDC측에 제시했다.
나머지 108만9000㎡(전체 70%) 부지에 대해서는 중국 녹지그룹과 1조원대 투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녹지그룹은 현재 3층 이하로 돼 있는 고도제한을 10층 이상으로 풀고 기존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우·중대지산 컨소시엄 사업권도 자신들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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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녹지그룹 "다른 부지도 개발할 수 있게 해달라"
일단 JDC측은 녹지그룹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고 있다. 현실적으로 다른 대체투자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10월 MOU(양해각서) 시효가 만료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아예 사업을 접었다.
삼성물산 외에 2010년부터 사업참여 의사를 밝혀온 서울대병원도 영리병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실제 투자에 나서기 힘든 구조다. 현재 부지조성 진행 중인 1단계 사업지는 녹지그룹이 투자의향을 나타낸 곳이다.
아직 녹지그룹과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계약을 앞두고 있는 서우·중대지산콘소시엄 사업지에 앞서 우선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제주 일대 부동산개발전문가들은 JDC가 아직 투자결정이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녹지그룹 유치에 주력하면서 협상대응력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성효 유엔알컨설팅 제주사업본부장은 "투자자 유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JDC가 녹지그룹을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녹지그룹에 끌려 다니면 다른 투자자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JDC측도 이같은 우려에 수긍했다. JDC 관계자는 "부지조성 공사는 당초 단계별 계획대로 이뤄지는 것으로 기존 서우중대지산 콘소시엄과의 본계약 추진이 우선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면서 "녹지그룹의 터무니없는 요구가 계속될 경우 투자유치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타운, 사업성은 없는데…"
JDC는 헬스케어타운의 사업성 부족으로 투자자 유치가 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 과거 계획입안 당시 진행된 사업타당성 조사 등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JDC감사를 역임했던 양시경 제주경실련 공동대표는 헬스케어타운 부지매입 과정과 사업타당성 조사의 부적절성을 폭로했었다. 결국 JDC는 양 전 감사의 폭로 이후 사업대상지를 변경하고 부지매입비를 다시 책정했다.
부원균 JDC 의료사업처장은 "현재 계획대로라면 헬스케어타운은 사업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기본계획에서 용적률, 고도제한 등을 제한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사업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제주 시민단체들은 JDC가 사업성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헬스케어타운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공동대표는 "2004년 감정 평가결과 7만원짜리 부지를 두배가 넘는 15만원에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제주도민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투자유치라는 명목으로 땅장사에 몰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