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1조원 유증 제안…서부이촌동 보상비 용도, 출자사 대부분 반응없어

'자금 부족→대주주의 유상증자 제안→출자사 거부→대주주 결단 후 자금조달 개선.' 총 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자금조달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들어서도 서부이촌동 보상비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만 빼면 토지대금 부족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추진한 지난해와 '판박이'다.
7일 부동산업계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시행자인 드림허브금융투자프로젝트(이하 드림허브PFV) 등에 따르면 최대 출자자인 코레일은 최근 열린 실무회의에서 출자기업들에 1조원의 유상증자(안)를 제안했다.
코레일의 이번 유상증자 제안은 지난해 초 토지대금 납부를 위해 추진한 유상증자를 떠올리게 한다. 드림허브PFV는 당시 토지대금 마련을 위해 건설출자사들과 5000억원을 지급보증해주면 2조원대 시공권을 주는 딜을 추진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건설출자사들의 지급보증이 사실상 불가능하자 없던 일이 됐다. 이후 지지부진하던 자금조달은 4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에 랜드마크호텔을 2300억원에 선매각하면서 숨통이 트이는 듯했지만 납부해야 할 토지대금에 턱없이 부족하자 5월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모든 출자사가 난색을 보이면서 결국 유상증자도 무산됐다.
올해는 서부이촌동 보상비 마련이 유상증자의 이유다. 서울시가 드림허브PFV에 서부이촌동 보상계획뿐 아니라 현실성 있는 보상비 조달계획을 함께 제시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
하지만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출자사가 유상증자를 꺼려 코레일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1조원을 유증하려면 1%당 1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분이 6.4%인 삼성물산은 640억원, 15.1%인 롯데관광개발은 1510억원을 각각 납부해야 한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인·허가가 불확실하고 서부이촌동 보상도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유증에 참여할 수는 없다"며 "난국을 타개해야 하지만 자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서부이촌동 보상이 마무리돼야 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시한이 다가올수록 드림허브PFV는 압박을 받게 되고 또다시 대주주들의 결단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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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레일은 토지대금 납부기한이 다가오자 그해 7월 4조원짜리 랜드마크빌딩 매입, 토지대금 분납이자 경감, 토지대금 납입일정 조정 등의 정상화방안을 마련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등을 돌렸던 삼성물산은 랜드마크빌딩 시공권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3%대 저금리로 8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드림허브PFV는 해외자금 유치와 자산 선매각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다만 해외자금 유치는 오랜 노력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자산 선매각도 제한적이다.
일부 출자사를 중심으로 단계개발론도 부상하고 있다. 판교알파돔 개발사업이 1·2단계로 나눠 정상화에 접어들었고 서부이촌동 보상이 만만치 않은 만큼 단계개발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
다만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단계개발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일부 출자사의 제안이 전체안이 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보상비 조달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