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임대공급 확대·임대차거래 관행개선…

#서울 강북구 길음동에 살고 있는 김모(38·가명)씨는 다음달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부랴부랴 전셋집을 새로 구했다. 전셋값을 5000만원이나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재계약은 꿈도 꾸지 못했다. 2억원에 새로 구한 전셋집도 전에 살던 곳보다 3000만원이나 비싼 곳이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당장 이사를 가야하는 김씨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직장인 장모(35)씨는 얼마 전 집주인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요구를 받았다. 방을 빼고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는 11월까지 무작정 기다리라는 것. 해외지사로 발령 받아 오는 8월 출국을 앞두고 있는 장씨는 반환소송을 걸기에도 시간이 빠듯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세입자들의 이같은 '집없는 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거래 개선 등 유의미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돼서다.
◇임대주택 공급 늘리고 임대차 거래관행 개선
정부가 28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중 서민주거안정 방안의 핵심은 임대주택 공급확대와 임대차거래 관행 개선 등이다. 우선 보금자리지구내 분양주택 용지 일부를 임대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통해 임대주택 9만5000가구를 공급키로 했다.
원활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임대형민자사업(BTL) 등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전문임대주택관리업' 신설·육성과 '토지임대부 임대주택제도' 등도 도입키로 했다.
임대차 거래관행 개선을 위해선 임차인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은 '표준임대차계약서'를 부분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임대차 계약 만료 전에 근무지 이동 등 불가피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임차인이 계약기간 만료 전까지 임대료를 내는 불합리한 관행을 금지할 계획이다.
임대인이 임대보증금 반환을 지연해 임차인이 주택 매입, 전셋집 갈아타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상품도 출시한다. 다른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거나 자금이 부족해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임차인은 이 보증상품을 활용,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단기간 내 서민주거안정 효과 발휘 어려워
문제는 이번 정책이 단기간 내 전·월세시장 안정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토지 분양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청약과 실제 입주까지 적어도 3년 이상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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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L방식의 임대주택 공급도 낮은 임대료에 따른 열악한 수익성과 주거시설이라는 성격상 운영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민간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정부가 BTL방식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시도했다가 같은 이유로 정책을 접었던 사례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 개선도 전·월세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임대차계약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거나 2년 동안 임대료를 5% 이상 인상할 경우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등의 조항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정부는 전셋값 급등에 지쳐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을 고려해 보금자리론 금리를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 금리 수준인 4.2%대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상품 설계에 시간이 걸려 실제 금리 인하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하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의 대부분은 지난 몇차례에 걸친 정부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라며 "실제 적용이 되지 않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회 등과의 조율을 하루속히 마무리하고 정책 시행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