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을 책정할 때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대로 가격을 깎을 수 없게 된다. 지자체는 별도 고시 없이는 국토부가 책정한 기본형 건축비를 임의조정할 수 없으며 가산비를 조정할때도 국토부가 제시한 권장 조정률을 따라야 해 분양가격 '후려치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분양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택지비(땅값)을 계산할 때 단지규모나 교통요건, 용적률 등 개별단지 특성을 더 반영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총 분양물량 1만2032가구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분양가격은 지금보다 더 올라갈 여지가 생겼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분양가 상한제 심사 매뉴얼'과 '추정분양가 검증 매뉴얼'을 8일 전국 지자체와 민간업계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분양가격 매뉴얼 개선은 서울시와 주택 건설업계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이다. 지자체 중심의 '주먹구구식' 분양가격 책정 방식을 매뉴얼을 통해 객관적·합리적으로 바꾸려는 취지다. 국토부는 지난 3년간 95건의 분상제 심사자료를 참고해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 등 3가지 항목별로 각각 심사 매뉴얼을 내놨다.
우선 분양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택지비는 개별 단지의 입지 조건을 더 반영해 주는 쪽으로 바뀐다. 현재 둔촌주공과 같은 민간택지는 감정평가 방식으로 택지비를 책정해 한국부동산원의 적정성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 안에 인근 비교 아파트 표준지 18곳의 땅값과 비교해서 감정평가를 해왔는데 문제는 비교대상 표준지가 너무 적다보니 택지비가 시세의 40~60% 수준으로 낮게 나와 사업주체의 반발이 많았다. 앞으로는 개별 입지의 특성을 고려해 용도지역, 교통여건, 접근성, 단지규모에 따라 택지비 계산이 정교해 진다. 둔촌주공의 경우 1만 가구가 넘는 분양물량에 지하철 등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택지비를 더 많이 받을 여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이 조성한 택지를 사들여 주택을 짓는 경우도 택지비에 이자조달 비용이 추가될 여지도 생겼다. 착공을 빨리 하기 위해 민간 사업주체가 땅값을 빨리 지급한 경우 선납에 따른 추가 이자조달 비용을 택지비에 인정해 주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건축비 산정시 지자체의 자의적인 판단은 배제된다. 건축비는 국토부가 3월 9월 두 차례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에 지자체 심사위원에서 인정하는 가산비를 더해 정해진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기본형 건축비를 임의로 깎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별도 고시를 하지 않으면 임의 삭감을 할 수 없다. 임의 조정을 하고 싶다면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5% 범위 내에서 조정을 하겠다는 고시를 해야 한다. 현재 고시한 지자체는 한곳도 없다.
26개에 달하는 가산비 인정 항목은 재정비 됐다. 인정, 불인정 항목을 이번에 명확히 했고 지자체 심사로 조정 가능한 항목의 경우 국토부가 공종별 권장 조정률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을 적용한뒤 사정에 따라 10%포인트 조정만 가능토록 했다. 예컨대 사업주체가 토목·건축·기계 관련 100만큼의 가산비를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면 권장조정률(81.3%)인 81.3으로 가산비를 책정하되, 심사 과정에서 10%포인트 더하거나 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에는 이런 기준 자체가 없어 업체가 100을 제시해도 지자체가 50으로 책정해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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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계상·임의삭감 등 심사 오류사례가 많았던 항목도 기준을 구체화 했다. 건강친화형 등 중복 적용 항목은 삭제하고 어린이집, 택배함, 독서실, 놀이터 등 법정초과로 지은 복리시설에 대해선 비용을 더 인정해 준다. 에너지 절약형 친환경 항목의 가산비도 인정해 줘 지자체가 임의로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지하층의 시설물 보관 장소 등 공간에 대한 비용 인정도 명확히 했다.
특히 택지비 가산비에 포함되는 기부채납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은 도로, 공원 시설을 지은 경우만 일부 지자체에서 인정을 해줬는데 앞으로는 단지내 도서관, 청소년복지관 등도 광범위하게 인정된다. 다만 업계가 주장해 온 임대주택의 경우 특정 입주민에게만 혜택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기부채납 인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 법적으로 반드시 기부하도록 돼 있는 학교용지 기부의 경우도 가산비로 인정하기 않겠다는 기준을 명확히 했다.
분상제 개선안은 오늘부터 바로 적용될 예정이다. 지자체의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업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향후 주택공급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분상제 개선에 따라 향후 아파트 분양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생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만 "기존 95건 단지를 단지별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개선안 적용시 가격이 더 오를지 여부는 따로 보지 않았다"면서 "둔촌주공의 경우도 택지비 심사 과정부터 판단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업별로 분양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유불리는 구체적으로 따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공공택지에 이어 민간택지에서 사전청약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추정분양가 검증 매뉴얼도 이번에 제정했다. 이번에 수정한 분양가상한제 매뉴얼을 참고하되, 사전청약 시점에 확정되지 않은 택지이자, 분담금, 인텔리전트 설비, 공동주택 성능등급,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등 6개 항목은 추정분양가를 적용한다.
국토부는 민간 업체의 참여의향서 제출이 예상보다 많아져 민간 사전청약 예정 물량이 당초 계획인 10만1000가구보다 많아진 10만7000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3월까지 이미 매각한 택지에서 1만8000가구가 나오고 신규택지에서는 2023년 상반기까지 7만5000가구, 2·4 대책에 따른 물량 1만4000가구 등이 사전청약으로 공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