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생명까지..연간 피해액 2.2조

가족 생명까지..연간 피해액 2.2조

김성희 기자
2009.03.18 10:04

['사회악' 보험범죄를 막아라] <1>갈수록 대담·지능화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던 올 초 희대의 살인마가 등장, 우리를 더 얼어붙게 만들었다. 연쇄살인범 강호순은 지금까지 9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여러가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보험범죄 여부다. 검찰은 그가 장모 집에 일부러 불을 내 그의 네번째 부인과 장모를 숨지게 했다며 방화 살인혐의를 추가했다.

강호순은 2007년까지 총 30개의 보험에 가입, 지금까지 5건의 사고로 총 6억6000만원의 보험금을 타갔다. 그중엔 그의 장모 집에서 난 화재사고가 포함돼 있다. 이 사고로 자신의 네번째 부인인 장모씨가 사망하자 강호순은 장씨의 이름으로 가입했던 생명보험과 화재보험 등에서 총 4억8000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당시 보험사들은 이 화재사고가 방화일 확률이 높다고 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경찰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보험사들은 그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강은 이외에도 트럭화재로 3000만원, 트럭 도난으로 4000만원, 자가용 전복사고로 7000만원을 수령하는 등 보험을 지능적으로 이용해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보험범죄는 단순한 교통사고에서부터 배우자, 부모 등 존속살인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보험사들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 의심이 될만한 사고의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최대한 보험범죄를 적발하려 노력하지만 증거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범죄 날로 지능화·조직화= 보험범죄로 인한 피해규모는 연간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범죄로 보험금이 새나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보험계약자인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보험범죄 피해액이 1가구당 14만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보험범죄 적발규모는 2008년 기준 2549억원(4만1019명)에 불과하다. 전체 발생 추정액의 10%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론 이보다 10배나 많이 보험범죄가 일어나고 있지만 적발되는 건 일부에 불과하다"며 "선량한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상품이 발달하고 보험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보험범죄 형태도 더욱 조직화, 지능화, 국제화되고 있다. 보험범죄는 1980년대 말 탄광지역의 집단적 역선택을 시작으로 인구이동과 함께 90년대 초 전국으로 확산됐다. 90년대 말에는 마약·매춘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직적 보험범죄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엔 경기가 침체되면서 생계형·패륜형 보험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이때부터 종종 사회문제화 됐던 보험범죄는 2006년 이후 살인, 화재 등 강력사건 이면에 보험범죄가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최근엔 조직폭력배, 전문브로커 등에 의한 조직적인 범행이 늘어나고 있으며, 다수의 고액 보장성보험에 중복 가입한 후 단일사고로 고액의 보험금을 챙기는 등 그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있다.

특히 해외로 나가 허위 보험사고를 조작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등 국제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적발건 중 70%가 자동차보험 사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범죄로 적발된 건 중 69.8%인 1779억원이 자동차보험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의 장기보험이 각각 322억원으로 12.6%씩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의 적발실적 비중이 큰 것은 생보의 경우 병력·진료정보 부재로 조사에 장기간이 소요되고 보험계약자 중심의 단독사고가 많은데 비해 손보는 보험계약자 외에 피해자 등 다수의 관련자가 존재하는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보험범죄가 많은 탓이다.

보험범죄 유형별로는 보험사고 내용을 가공하거나 조작한 허위사고가 25.6%(654억원)로 가장 많았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교통사고 운전자 또는 사고차량을 바꿔 자동차보험금을 수령한 바꿔치기가 18.9%(483억원)로 뒤를 이었고 고의사고 18.7%(476억원), 피해과장 14.8%(377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범죄로 적발된 혐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30~40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40대가 28.5%, 30대가 27.4%로 나타났고 20대와 50대가 20.4%, 16.2% 수준이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점유비율은 낮지만 증가율은 2007년 83.5%, 2008년 62.8%를 기록, 다른 연령대의 최근 3년간 평균 증가율(29.0%)을 크게 웃돌고 있다.

10대의 보험범죄는 대부분 무보험 오토바이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기물 등을 파손시켜 변제해야 할 상황이 생길 경우 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로 조작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