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이 산은을 거절했다"

"리먼이 산은을 거절했다"

정진우 기자
2009.09.19 16:33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리먼 前부사장 저서 '상식의 실패'서 밝혀

"한국산업은행이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세 번이나 제안했지만, 리먼이 이를 거절했다. 리먼은 결국 파산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전 부사장 로렌스 G 맥도날드의 증언이다. 그는 지난해 리먼 파산을 직접 겪은 후 최근 '상식의 실패(A Colossal Failure of Commom sense)'라는 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리먼은 6600억 달러의 부채를 안고 지난해 9월15일 문을 닫았다. 이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으로 기록됐고,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작됐다.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민유성 행장은 산은을 민영화해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한다는 포부를 갖고 리먼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인수 협상은 녹록치 않았다.

이 책 저자에 따르면 지난해 봄 산은은 리먼에 주당 23달러로 인수를 제안했다. 리먼 회장이 이를 거절했다. 산은은 여름에 다시 주당 18달러의 가격을 제안했지만 또 거절당했다. 그 사이 리먼에 관심 있던 몇몇 금융회사는 모두 사라지고 산은만 남았다.

산은은 마지막으로 6달러 40센트에 제안했다. 기업 가치를 44억 달러로 측정한 규모다. 리먼의 회장은 주당 17달러 50센트를 원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절했다. 결국 지난해 9월 초 산은은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산은이 관심을 거두자 리먼의 주식은 하향세로 접어들어 주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리먼은 파산했다.

당시 국내 정치권과 정부, 금융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 민 행장에 비난이 쏟아졌다. 파산할 회사를 무모하게 인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민 행장은 사퇴 압력도 받았다. 세계적인 IB의 꿈을 품은 민간 출신 행장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렸다.

하지만 지금은 산은이 그때 리먼을 인수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중에 리먼을 인수한 영국의 바클레이즈와 일본의 노무라가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며 큰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산은 관계자는 "당시 산은은 리먼 인수협상 대상자 중 하나였고 리먼이 산은의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된 것"이라며 "리먼 내부자들끼리의 아집과 갈등 때문에 딜이 무산된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을 인수한 바클레이즈와 노무라=바클레이즈는 리먼 파산 후 북미사업부를 인수하기 위해 2억5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또 뉴욕 7번가 745번지에 있는 마천루를 얻기 위해 15억 달러를 투입했다.

바클레이즈는 총 17억5000만 달러를 들여 리먼의 본사 건물과 사업 일부분를 인수했다. 인수 후 올해 상반기에만 30억6000만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투자은행 부문의 세전 수익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를 틈타 헐값에 리먼을 인수한 바클레이즈가 이번 게임의 가장 큰 승자라고 입을 모은다.

리먼의 유럽 및 아시아부문을 인수한 노무라도 지난 2분기 114억 엔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6분기 만에 첫 흑자를 기록하는 등 리먼 인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났다. 지난 6월 런던증권거래소(LSE)에서 노무라의 주식거래 비중은 전체 3위로 가파르게 늘었다. 리먼 브러더스 인수 전 노무라는 현지 주식거래시장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이 책 저자는 산은과 인수 협상이 결렬되자 리먼이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클레이즈 덕분에 1만 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며 "바클레이즈는 그 건물에서 리먼의 흔적을 죄다 없애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스트리트 핵심 심장부에 바클레이즈의 휘장이 여기저기서 휘날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