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4P, '쇼'말고 필요한 해법은?

금감원의 4P, '쇼'말고 필요한 해법은?

박종진 기자
2011.05.05 19:20

강도높은 근신지침 하달, 갖가지 방법 동원 사태진정 노력…"근본 대책 고민해야"

"3P가 이제 4P되게 생겼네요" (금융권 관계자)

어린이날이었지만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쉬기는커녕 살얼음판을 걸었다. 지난 2일 사생활까지 단속하는 강도 높은 내부 근신지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3P'(권한 Power, 고임금 Pay, 낙하산 Parachute)를 갖춘 금감원이 또 다른 'P'(감옥 Prison)를 달았다는 우스개마저 나온다. 연이어 직원들이 저축은행 부실과 불법행위에 연루돼 체포되는데다 손발을 묶는 자체 근신처분까지 받게 된 탓이다.

전문가들은 무차별적 '금감원 때리기'보다 금감원 조직변화, 금융 감독체계 개편 등 보다 근본적 처방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기 돈 내는 골프도 안돼"…효과는 '글쎄'=당장 골프와 과음이 금지됐다. 자기 돈 내고 치는 골프조차 안 된다. 직무관련자와 사적 접촉을 하면 안되고 점심시간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퇴직한 선배와 만남을 일일이 신고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쇼하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조치다. 금감원 관계자는 "쇄신방안을 내놓고 자기 혁신을 위해 노력해도 외부에서 냉소적으로 본다"며 "우리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극도로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는 행동강령을 어기는 직원을 적발해 인사 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과거 천안함 사태 등 국가적 위기상황 때마다 골프 자제령이 내려진 적이 있었지만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퇴직 후 금융사 감사 취업제한을 골자로 한 쇄신방안에 조직 긴장감을 높이는 조치까지 더해 실질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처방들이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당국의 고심은 깊다. 앞서 청와대가 감독정책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꾸리겠다고 밝혀 금감원의 지휘기관인 금융위원회마저 혁신대상이 될 판이다.

↑ 권혁세 금감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강당에서 열린 특별 정신교육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 권혁세 금감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강당에서 열린 특별 정신교육에 참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금융 감독 체계 개편 논의 필요"=외국의 경우 감독기관 퇴직자의 감사 취업을 사전에 규제하는 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와 금융 감독 환경이 비슷한 일본은 사전규제 장치를 두고 있지만 내년부터 폐지할 예정이다.

다만 접촉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퇴직자들이 업무와 연관된 만남을 하려면 신고를 해야 하는 등 까다롭다.

금감원 퇴직자의 감사 취업을 전면 금지시킨 후 마땅한 대안도 없다. 우리나라는 금융사 감사를 맡을 전문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영국과 미국 등은 금융사 감사가 하나의 직업으로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감사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풀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규제기관이 피규제기관에 취업하는 관행은 국내 모든 영역의 공통된 문제"라며 "당장 대체할 인력도 없는 마당에 취업규제에 집착한다면 근본적 해법은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감원 조직 및 권한 변화, 금융감독 체계 개편까지 논의가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금감원의 정보독점 문제와 금감원을 감독할 기구에 대한 검토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99년 통합감독기구로 출범하면서 권한이 집중됐다. 금융감독청(FSA)을 두고 있는 영국을 비롯해 20여개 국가에서 우리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정보를 독점하고 은행, 증권, 보험 등 권역별 권한도 다 가지고 있는 만큼 책임논란도 피해갈 수 없다. 영국도 글로벌 위기 이후 FSA의 위기대응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FSA는 결국 영국 중앙은행 산하로 들어가는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혁신 요구는 여러 차례 제기됐다. 지난 2000년 하반기 검사관련 비리가 발생했을 때나 2004년 카드대란을 겪은 후 등이 그랬다. 그러나 바뀐 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한 전직 관료는 "저축은행 사태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F) 대출 확대로 빚어진 정책실패와 금융 감독 체계의 구조적 허점이 결합된 총체적 문제"라며 "희생양 만들기 식으로 금감원을 공격할게 아니라 현실적 해결 대책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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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재계를 맡고 있습니다. 개인이 잘되고 기업이 잘되고 그래서 나라가 부강해지는 내일을 위해 밀알이 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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