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산은 배제 카드 나온 이유는?

우리금융 민영화, 산은 배제 카드 나온 이유는?

박재범 기자
2011.06.13 19:58

우리금융 민영화가 '소문난 잔치'로 끝나는 걸까. 정부의 우리금융 지주 매각 작업이 험난하다. 첫 발길조차 내딛기 버겁다.

당장 정부가 야심작으로 꺼내든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부터 막혔다. 시행령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금융 보유 지분(56.97%)과 경영권을 금융지주회사에 넘길 수 없다. 후보군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3일 "시행령 개정이 매각 작업의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시행령 개정이 없다면 지난해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란 매각 작업을 중단했던 때를 뜻하는 것으로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당초 금융당국은 오는 15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때 관련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었지만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인수 입찰의향서(LOI) 마감일(29일) 전에 최소한 정부의 방침만이라도 정하려 했던 구상도 어긋날 처지에 놓였다. 정치권의 반발이 워낙 거센 탓이다. 민주당 소속은 물론 한나라당 정무위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시행령 개정에 난색을 표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은 정부의 몫이지만 국회의 의사를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영택 의원 대표 발의로 아예 법 개정안까지 내놨다. 금융지주사 소유 규제를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규정(금융지주사법 개정안)하고 산은지주가 다른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때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산업은행법 개정안), 공적자금 투입 기업을 매각할 경우 국회 승인을 받는 것(공적자금관리특별법 개정안) 등 총 3가지 개정안이다.

금융당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셈인데 한편으론 답답함도 있다. 시행령 개정을 마치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용으로 해석하는 데 대한 반감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법 하에선 산은지주뿐 아니라 KB금융 등 어떤 금융지주회사도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수 없다"면서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산은지주를 위한 특혜라는 지적이 많은데 산은지주를 위한 게 아니라면 시행령을 개정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배제 방침을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를두고 "진정성"이라고 했다. 산은지주를 위한 시행령 개정이 아니라 우리금융의 원활한 매각을 위한 고육책이란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혜가 아니라는 점을 정치권과 국민에게 설득할 것"이라며 "그래도 고개를 가로 젓는다면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치권이 내놓은 법 개정안 등과 함께 방법을 모색하되 마지노선으로 '산은지주 배제' 카드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선 14일 열리는 국회 정무위가 우리금융 매각 향배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인데 우리금융 매각 방안에 대한 정무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최종 입장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정치권의 반대가 예상대로 격할 경우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을 강행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시행령을 건들지 않고 입찰을 예정대로 진행하더라도 유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금융지주사를 제외한 국내외 사모펀드(PEF)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자금력과 경영 능력을 갖춘 인수 후보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 금융지주사와 우리금융을 대등 합병시키는 방법은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란 명분과 거리가 멀어 정부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분산매각 방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시행령 개정이 물 건너가면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또 다시 공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매각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만큼 매각이 한번 더 무산되면 동력을 회복할 때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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