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채용방침 대폭 개편 발표…10명 중 7명은 고졸·지방대로 선발
"교육 과잉이다. 고졸자도 은행에서 충분히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
강만수 산업은행장(사진)이 임원들에게 밝힌 채용방침은 파격적이었다. 고졸·지방대 출신을 대폭 뽑아 장기적으로 은행원의 절반을 이들로 채워나가겠다는 밑그림이다. 신입 행원이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졸업자들로 대부분 채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큰 변화다.
산업은행은 18일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2012년 공채에서 15년 만에 고졸출신 채용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내년 신입행원의 3분의 2를 고졸이나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기로 했다.
이번 방침은 강만수 산업은행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가 내세운 건 '학업과 취업병행'이다. 특성화고 등의 전문성을 살려 조기에 산업현장과 연결시킴으로써 취업연령을 앞당기고 그만큼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대학진학 등 추가 학업수요도 취업 중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강 행장이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시절 올해부터 강하게 추진하려던 국가 성장 동력 방안이다. 다만 입장이 바뀌어 민간으로 내려와 실천한 셈이다.
당장 2012년 채용예정 인원 150명 중 50명을 특성화고 등 고졸출신으로 채울 계획이다. 물론 지원자들이 경쟁상황을 고려해 일반 정규직이 아닌 창구업무를 주로 맡는 계약직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졸자에게 취업문을 열었다는 자체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도 지원은 가능하지만 지난해 단 한명도 고졸출신 합격자가 없었다. 극심한 학력인플레로 창구의 텔러 직종에도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은행은 계약직으로 들어온 고졸 행원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는 데 의미를 뒀다. 본인이 원하면 대학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고 졸업 후 일정요건을 갖추면 일반 정규직종으로 바꿔줄 예정이다. 즉 계약직 창구직원으로 취업 후 2년이 지나면 무기한 전임직(정규직 전환)으로 바뀌는데 추후 대학을 마치고 기준을 통과하면 일반 정규직들이 수행하는 다른 직종으로도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김영기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한 사람당 1년 등록금 1000만원을 가정하면 50명 모두에게 등록금을 무상지원해도 연 5억원에 불과하다"며 "인력투자를 위해 그 정도 금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지방대 출신도 50명을 뽑는다. 지난 2004년부터 '지방인재 우대제도'를 실시해 매년 신입행원의 5~10%를 채용해왔지만 이번에는 아예 지역별로 할당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 고졸과 지방대 출신이 전체 행원의 절반에 달하도록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는 은행의 민영화 전략과도 맞물려있다.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서는 지역 점포를 활성화해야 하고 결국 장기 지역근무가 가능한 지방대 출신이 필요하다. 아울러 창구업무 인력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고졸자들을 상당부분 흡수할 일자리가 있다. 국가적 정책방향에 부응하기 위한 현실적 여건도 갖추고 있어 획기적 채용전략을 짜는데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