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SC제일銀 파업 왜 조용한가 봤더니…

[현장클릭]SC제일銀 파업 왜 조용한가 봤더니…

신수영 기자
2011.07.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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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시작된 SC제일은행의 파업이 오늘(25일)로 29일째를 맞았습니다. 은행권 최장기 파업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웠지만 옛 조흥은행 파업(2003년, 파업기간 4일)이나 한미은행 파업(2004년, 18일) 등 기존의 은행 파업에 비해 파급력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파업기간이 한 달에 육박했지만 영업점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상황입니다. SC제일은행 노조가 본점이 아닌 강원도 속초, 설악동 집단시설지구 등 지방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은행 고객들의 거래 패턴 변화에서 그 배경을 찾고 있습니다.

자동입출금기(ATM)나 인터넷, 스마트뱅킹을 이용한 업무가 많아지면서 전처럼 굳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가 적어졌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지난 5월 기준 SC제일은행의 비대면 채널(ATM, 인터넷·텔레뱅킹, 스마트뱅킹) 비중은 92%에 달합니다. 10개의 거래 중 9개의 거래가 은행 방문 없이 이뤄진 셈입니다.

물론 파업으로 은행 전산망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으면 비대면 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영향이 상당하겠지만, 전산직은 파업 참여가 불가능합니다.

2000년대 초 국민은행에 이어 조흥은행, 한미은행 등의 파업을 겪은 뒤 정부 권고안으로 사측과 금융노조 산하 각 지부는 전산업무 담당자는 파업 등 쟁의행위에 참여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습니다. (지부 고충협약 73조)

파업 때마다 은행의 심장부인 전산망을 유지하느라 진땀을 밴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4일간 이어진 조흥은행 총파업 때에도 노조가 전산 인력을 철수시키며 압박에 나섰고, 영업점 60곳이 문을 닫으며 혼란을 빚었다고 합니다.

한 은행의 전산망에 이상이 생기면 이 은행을 거치는 거래가 차질을 빚으며 다른 은행, 나아가 증권과 보험사, 카드사의 업무가 연쇄 차질을 빚게 되니 사측은 물론, 당국과 타 은행 고객들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기관 전산망이 이상이 생기면 회사 경쟁력과 직결돼 노사 모두에 좋지 않고 고객 불편도 커진다"며 "전산 운영 또는 유지인력은 파업에 불참토록 매년 협약을 맺는다"고 설명했습니다.

SC제일은행도 전체 조합원 3300여 명 중 80%가 넘는 2700여 명이 파업에 참여 중이지만 전산직 120여명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은행이 "365자동화코너,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텔레뱅킹은 종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고객들에게 공지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파업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또 하나의 이유는 SC제일은행의 시장점유율이 5%로 낮다는 점입니다. 소매기반이 확고한 국민은행이나 조흥은행에 비해 영향을 받게 되는 대상의 범위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점유율이 크지 않은데다 대부분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다 보니 은행 파업=고객 불편이란 공식이 엇나간 셈입니다. 업계는 이런 조용한 파업이 파업 장기화로 이어지고 있는 점을 걱정합니다. 한 관계자는 "당장 큰 불편이 없다보니 노조의 압박이 효과를 잃게 되고, 결국 빨리 타결이 안 되고 있다"며 "더 길어지면 양쪽 다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사측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맞춰 도입하겠다는 개인 성과급제 때문입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며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이번 파업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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