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금융권·피해자, 모두 "특별법 반대"…표에 눈먼 국회, '사면초가'
저축은행 피해자들마저 국회가 추진 중인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을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와 금융권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특별법의 수혜자인 피해자들조차 법안을 비난함에 따라 국회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전국저축은행 비대위, 금융소비자협회,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14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특별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피해액의 55% 가량을 보전해 주는 특별 법안이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은 이날 "정부가 감독 책임을 지고 피해액을 100%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재원은 우선 재정에서 마련하되 정부가 구상권을 발동해 부실 저축은행 책임자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방법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일제히 "법과 원칙을 무시한 보상"이라며 국회의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자 역으로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보상 수준이 작다며 거부하는 양상이다.
금융권에서는 특별법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좋지 않은 선례'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전문가는 "법체계를 무시하고도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 탓에 더 큰 요구가 나오는 법"이라며 "앞으로 금융사고 피해자들은 너나없이 형평성을 내세워 보상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간부회의에서 "향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재차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앞으로 추가 영업정지 저축은행이 나올 경우 이 역시 피해자들에게 다 보상해 줘야할 판이라는 얘기다.
한편 이날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성명을 내고 특별법이 예보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비난했다. 김문호 노조 위원장은 "예금보험기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라며 "국회는 금융질서를 파괴하는 특별법을 철회하고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대한 책임규명에 나서라"라고 밝혔다.
은행연합회 집계에 따르면 이번 특별법을 적용하면 약 1025억원이 지원되며 이중 예보기금에서 1000억원 가량을 끌어다 써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무위는 지난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저축은행 피해자지원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2008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보유자에게 피해액의 55% 가량을 보전해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이 법안을 오는 16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